'유족 조롱' 의사 커뮤니티 내부글 폭로…"사고 현장서 국시?"

의사·의대생 전용의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무안 참사 유족 관련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의사·의대생 전용의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무안 참사 유족 관련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의대생 전용의 익명 커뮤니티에서 의대생인 한 유족을 조롱하는 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의사·의대생 전용의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무안 참사 유족 관련 게시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폭로한 글 작성자 A씨는 "평소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내부 폭로를 위해 가입한다"며 메디스태프의 게시글을 다른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사진을 게시했다.

A씨는 "이 커뮤니티는 캡처가 불가능하고 게시글에 전부 개인정보가 담긴 워터마크가 박혀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게재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메디스태프에는 '사고 현장 텐트에서 국시 공부하는 멘탈은 존경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메디스태프 게시글의 작성자는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어머니를 잃은 자녀 유족이 의사가 되길 바라던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유언으로 받아들이고, 사고 현장 텐트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기사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사람의 멘탈로는 저기서 못 버틸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자 이 게시글의 댓글에는 다수의 의사와 의대생들이 "역시 감귤 존경스럽다", "하고 싶은 말 많지만 참자", "나라면 공부가 눈에 안 들어올 듯" 등 비아냥대는 듯한 의견을 남겼다.

해당 커뮤니티에선 수련병원에 복귀한 의사를 '감귤'이라고 지칭하며 비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이건 좀 아니다"라며 자중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범죄자나 부모를 운운하는 악성 댓글도 보였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다수의 사진을 공개한 A씨는 "유족을 조롱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내부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며 "저런 사람이 의사로 진료를 본다는 것이 끔찍하다. 널리 퍼트려져 유족을 조롱한 이들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무섭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온라인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을 모욕한 게시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희생자와 유족을 비하하거나 음해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 등 107건을 삭제·차단 조치했고 글작성 3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모니터링을 통해 커뮤니티 등 참사와 관련한 악성 게시글과 댓글을 확인하면 조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유족 및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의적인 글이나 댓글인 민형사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30일 무안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희생자 힙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위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