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최두성] 을사년 화두는 '불확실성' 해소

입력 2025-01-01 18:00:00 수정 2025-01-01 19:30:55

최두성 정치부장
최두성 정치부장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고 새해에는 사고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호소드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며 던진 '불확실성' 해소가 을사년(乙巳年), 정치권에 각인될까.

최 대행은 갑진년(甲辰年) 마지막 날, 국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재판관을 임명했다. 재판관 임명 문제는 대통령 탄핵 정국서 여야 갈등의 '핵'이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재판관 3명 즉각 임명을, 국민의힘은 임명 보류를 요구해 왔다.

6인 체제하의 법적 결함과 논란을 대척점으로 한 여야의 힘겨루기 이면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속도를 높여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려는 민주당, 민주당의 조기 대선 전략을 차단하려는 국민의힘의 노림수가 깔린 탓에 양보 없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조급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자, 지체 없이 탄핵 카드를 꺼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자중했으나, 최 대행을 향한 탄핵 압박 역시 거둬들이진 않았다.

막무가내 탄핵으로 정부 흔들기에만 골몰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최 대행에겐 섬뜩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핵소추안 발의만 29차례, 이 중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건 13건이나 된다.

'소극적 권한 행사'의 불가피함을 천명했던 최 대행이지만, '줄탄핵' 사태로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위기 우려, 여기에 겹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국정 혼란의 임계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국무위원인 각 부처 장관 4명은 사직, 탄핵소추, 구속 등으로 공석이고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 수장과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수뇌부도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거나 구속돼 안보·경제·치안 등 국정 전반이 마비되는 상황도 고뇌(苦惱)하게 했을 것이다.

경제 관료 대행의 '전격' 결정 배경으로 짐작된다.

이로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를 벗어나 8인 체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국회 선출 재판관 3인이 공석인 6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위헌 등 주요 결정을 할 경우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라는 의결정족수 논란은 일단 해소됐다. 8인 재판부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을 때와 같다.

참담한 사고로 잠시 멈춘 여야의 정쟁은 4일 애도 기간이 끝나면 재개될 것이 뻔하다. 그전에 지나온 갑진년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국정 혼란과 민생이 겪은 고초는 결국 정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한 탓이다. 국회와 대화를 단절하고 계엄 공상에 빠졌던 대통령, 수적 우위만 내세워 탄핵과 특검 발의에 골몰해 타협의 영역을 무너뜨린 야당, 국정 운영에서의 무능과 내부 갈등으로 존재감을 지워 버린 집권 여당이 합작한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계엄 사태로 시작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가디언은 "한국 국회가 국가의 정치적 미래를 둘러싼 원한 어린 싸움의 장이 됐다"고 비꼬았다.

을사년엔, 땅에 떨어진 국격을 다시 세우고 '미국 우선주의'로 더 강력해진 트럼프 2기의 출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정치가 걷어내야 한다.

여야가 제주항공 참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생 현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조기 가동에 합의하고 새해를 맞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