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적절했나

입력 2025-01-01 05:00:00 수정 2025-01-01 11:57:07

법원이 3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불법적인 영장 청구는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체포영장에 대한 권한쟁의·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은 법을 위반해 불법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권한대행 탄핵소추로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불안하고, 곱지 않은 상황에서 또 망신거리를 더했다.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증거인멸(證據湮滅)할 염려가 있거나 도주 우려가 농후할 때 발부하는 비상수단이다. 윤 대통령은 도주 우려가 없고, 비상계엄 관련자들 신병(身柄)이 거의 모두 확보됐고, 조사도 거의 완료됐다.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 구금(拘禁)하려는 것은 수사 방법으로서도 적절치 않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야당 대표에게는 과할 정도로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체포, 구금하라는 것은 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체포영장 청구가 적법(適法)한지도 의문이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내란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내란'에 대한 수사권(搜査權)이 없다. 일각에서는 '공조수사본부(공수처+경찰)'에 '내란'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포함돼 있으므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조수사본부'는 법 규정에 없는 기구다. 임의 기구는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공수처가 대통령 출석을 요구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말인가.

수사권 논란에 대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권이 있고 그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가 '내란 혐의'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인데,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형사소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직권남용'을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만 인정한 것이므로 '직권남용' 수사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사란 범죄 혐의를 수사해 기소(起訴)하기 위한 과정에 속한다. 임기 중에 기소할 수 없는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 특히 강제수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공수처가 야당의 집중포화를 의식해 권한 밖의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무리하게 영장 집행에 나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로 들어갈 경우 대통령 경호처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양측의 물리적 충돌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후과(後果)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는 적법하지 못하다'는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수처와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대통령의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