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체육부장
지난 1일 오후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는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대구FC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이 120분 내내 멈추질 않았다. 모두가 대구FC의 K리그1 잔류를 바라는 한마음에 팬들의 응원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 못지않게 필사적이었다. 결국 대구는 승강 플레이오프(PO) 상대인 충남아산FC를 천신만고 끝에 제압하고 잔류를 이뤄냈다.
올 시즌은 과거 어느 시즌보다 대구FC에겐 힘겨운 한 해였다. 조광래 대구FC 대표 또한 사석에서 "대구 구단으로 온 이후 이렇게 힘든 시즌은 처음이다. 충남아산과의 승강 PO 1차전을 패한 뒤에는 며칠간 잠을 설쳤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올 시즌 대구FC가 줄곧 최하위권을 전전하면서도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것은 어찌 보면 '전화위복'의 기회일 수도 있다. 대구 구단 및 선수단의 처절한 반성과 함께 과감한 쇄신의 노력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대구FC 잔류에 상당한 몫은 대구 팬들에게 있고, 그들이 왜 '12번째 주전 선수'인지를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1일 대팍에서 열린 승강 PO 2차전을 임하는 충남아산 선수들의 움직임은 1차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몸놀림이 날렵하지 못하고 선수 간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은 채 어딘가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충남아산 선수들이 공을 잡거나 찬스를 맞았을 때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관중들의 야유에 그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잔뜩 기가 눌린 것이다.
반면 대구FC 선수들은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사활을 걸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직후 축구 관계자들은 "K리그1 다른 팀들도 대팍만 오면 응원 열기에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하물며 K리그2에 있던 충남아산 선수들은 정신적 부담감이 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시즌 대구FC가 부진한 성적을 냈음에도 팬들의 '축구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욱 뜨거워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대팍에서 열린 리그 19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1만1천262명으로 집계됐다. 관중석 수가 1만2천여 석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경기에서 만원을 기록한 셈이다. 시민들의 축구 사랑은 대구FC의 각종 굿즈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대구 구단은 점진적인 증축 등 관람석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번에 팬들의 한결같은 응원이 없었다면 사실 잔류를 장담할 수 없었다"며 "팬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대구FC는 프로축구 구단이자 엄연한 시민 구단이다. 성적도 성적이거니와 팬들이나 시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동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19일 저녁 대구 구단이 대팍에서 대구FC서포터즈 '그라지예' 회원들 및 팬 50여 명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좋은 신호라고 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 대표를 비롯해 박창현 감독과 구단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팬들이 평소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 묻고 답하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기자는 최근 '대구FC 2025, 혁신의 원년으로'라는 세 편의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더욱 느낀 점이 있다. 평소 대구 구단과 선수단이 팬들뿐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대구FC를 지탱하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며, '대팍의 힘'은 결국 팬들과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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