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대행의 문제 있는 법률 거부권 행사, 당연한 결정

입력 2024-12-20 05:00:00

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법 등 6개 법안(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양곡법, 농안법, 재해법 등 농정 관련 4법은 반시장적이며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 이런 법들이 시행된다면 쌀을 비롯한 특정 농산물 품목의 공급 과잉(過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투입해야 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농업을 사실상 국정 산업화하는 셈이어서 국민 각자가 생업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겪기 마련인 위험을 농민에게만 원천 제거하는 것이므로 형평에도 맞지 않다. 국회법과 증언감정법의 개정안들은 입법 폭거(暴擧)나 다름없다. 국회가 요구하면 기업의 기밀적인 내부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정보전이 치열한 세상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쟁점 법안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대해서도 여야는 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과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우 복잡하고 논쟁적이라고 여겨지지만 한 권한대행이 기준만 명확히 세운다면 그리 복잡한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업무정지 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을 대행(代行)한다. 그러니 그의 권한 행사는 자신이 속한 정권의 기조(基調)에 따르면 된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되는 범위에서 국무회의 운영, 행정부 지휘, 인사권, 법안 거부권 등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헌법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최우선에 두는 기준만 지킨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여야도 정파의 이익에 따라 '이래라, 저래라' 권한대행을 압박(壓迫)하는 행태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