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박에 굴복하기보다 국가와 국민 미래 위한 선택해야
거대 야당이 탄핵 정국에서 국정 주도권을 거머쥐고자 연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엄포를 놓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 6개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면 탄핵하겠다며 압박하는 것.
학계 등 전문가들은 "정치 상황에 따른 겁박에 굴복하기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 부처에서 6개 법안에 대해 각각 검토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19, 20일쯤 최종적으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을 검토·판단하는 기준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 국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 쟁점 법안이 국가 재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경제 시스템에 어떤 왜곡을 가져오지 않는지를 '국가 미래'라는 큰 틀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논의의 시간을 더 두기로 한 것은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와 여당이 줄곧 이들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와서다.
반면 민주당은 한 대행이 거부권을 사용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포문은 이재명 대표가 열었다. 그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행이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도부는 "소극적 권한 행사를 넘은 권한 행사는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보란 듯이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김병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도 이번 내란 행위와 관련해서 국무회의에 참여했기에 사실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겁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 학계에서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 아닌,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고위 공직자로서의 책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은 외국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 방안도 해결책이 되겠지만, 양곡법·농안법 도입은 국내 현실과 맞춰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도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은 국정 혼란 가중과 여론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해야겠지만, 국가 재정과 농업의 미래를 위한 결정만큼은 관료로서 소신을 지켜야 한다"면서 "탄핵 정국에도 민주주의 원칙인 견제와 균형은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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