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후 외신들 "尹 대통령이 자초, 야당에 '스모킹건' 제공"

가디언 "尹, 퇴진 마다하고 '계엄 도박' 스스로 운명 결정"
NYT "尹 정치적 곤란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
美 백악관 NSC "한미 동맹 더욱 굳건히, 韓 민주적 회복력 믿어"

요르단에서 기자회견 후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언급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외국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외신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으로 몰락을 자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분간의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으로 탄핵 정국의 혼란을 잘 수습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을 결정지었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마다하고 비상계엄 도박의 판돈을 키우는 쪽을 선택해 몰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나름의 논란을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끊임없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상태로 점철됐으며, 탄핵은 그 가운데 가장 극적인 예상 밖 전개였다고 분석했다. 또,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곤란 중 상당 부분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명품백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NYT는 북한의 핵 위협 증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임박 등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 선출직이 아니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없는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한국을 이끌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탄핵안 통과는 권력 남용을 막고 법치주의를 유지하는데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사이먼 헨더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의 코멘트도 전했다.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해 미국은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스스로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보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미국 국민은 한국의 국민들과 함께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요르단에서 진행한 단독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며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