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진 북부지역 취재본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로 직무가 정지됐다. 그의 운명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지난 3일 한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하루,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불성립 1주일 만이다.
대한민국은 요 며칠 그야말로 격량의 시간을 보냈다.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불안정했다. 연일 국회의사당 앞 도로는 탄핵·구속 촉구 집회가 열렸다. 수사기관들은 발 빠르게 내란죄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렇게도 견고한 듯 보였던 보수의 분열과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계엄 관련자들과 국무위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덮기 위해 국회에서 앞다퉈 내란 상황을 증언했다.
돌아보면 지난 4·10 총선 이후 정권 말 징후가 나타났다. 용산에서는 김건희 예스맨들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새어 나왔다. 김대남은 "용산에 십상시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에서는 '육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검사 위에 여사'가 있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했던 것처럼 지난 2년 반은 '김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윤석열 폭주를 부른 것은 '명태균 게이트'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박근혜 탄핵에 '태블릿PC 보도'가 있었다면, 윤석열 탄핵에는 '명태균 파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부부와 통화한 녹음·메시지가 저장돼 있다는 명의 '황금폰'도 12일 검찰 손에 들어갔다. 이 '황금폰'에 윤석열 부부가 감추고 싶었던 무엇인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추락한 국격과 나라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대책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불어 대구경북(TK)의 미래를 걱정하고 보듬어야 할 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2일 22개 시장·군수와 긴급 영상회의를 갖고, 정국 혼란에 따른 방안을 논의하고 경제 살리기를 주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시·군별 행사에 대한 품앗이 관광 참여, 지역 농·축·특산물 판촉 행사 개최, 설 명절 지역상품권 확대 등 민생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로 TK신공항과 행정통합 등 정부 차원의 지지와 지원을 약속받았던 현안 사업들이 당장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TK로서는 탄핵 정국이 최악의 타이밍인 샘이다.
TK신공항의 핵심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융자 지원 문제와 관련, 지난 2일 매일신문 보도 직후 대통령실이 기재부에 지시하고, 기재부가 대구시와 실무 협의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진 것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TK 행정통합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에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대통령이 직무 정지되고, 중재자 역할을 했던 행정안전부도 장관이 사퇴하는 등 TK 행정통합은 사실상 표류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도 탄핵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행정통합에 신중한 접근에 나서고 있다. 이제 연일 도청 앞 시위에 나서고 있는 안동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행정통합 반대 집회도 숨 고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제 보수와 진보를 떠나 탄핵 정국 속 TK 미래를 함께 걱정해야 한다.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 등 사업의 충분한 국비 확보와 TK신공항 건설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가 순항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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