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혼란의 정국에 집단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비협조적이거나 입장 표명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철퇴라도 내릴 기세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논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국 때 보였던 모습의 재판(再版)이다. 민주주의의 미명 아래 저지르는 패악(悖惡)질은 정치인, 연예인 등 공인이라면 가리지 않고 자행된다. 자중 촉구는커녕 그런 의사 표현이 마땅하다는 식이다. 토론이라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덕목은 온데간데없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윤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에 펼친 정의 구현 호소인들의 환칠은 비상식적이다. '내란 동조 내란 부역자'라는 띠가 붙은 장례 화환을 세워 놓고 날계란과 밀가루를 퍼트려 뒀다. 탄핵 투표 불참 등이 이유였다. 특히 생후 7개월가량의 아이가 있는 자택 앞에도 탄핵 촉구 손팻말과 커터 칼로 보이는 흉기를 두고 갔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상당한 공포이자 협박이다.
가수 임영웅도 공격을 받았다. 7일 소셜미디어에 반려견 생일 축하 게시물을 올린 그에게 누군가가 메시지를 보내 "이 시국에 뭐 하냐"며 따졌고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그는 답했다. 이를 두고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추운 날에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 하고 모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고 했다. 문화평론가 김갑수 씨도 "시민적 기초 소양의 부족 같은 모습"이라며 "한국인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다. 반복되는 횡포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동했던 연예인들은 "의식 있다"며 칭송받았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거나 견해를 밝히지 않은 이들에 대해 '내 편에 서라'거나 '어느 쪽인지 밝히라'고 을러대는 것은 과거 '빨갱이 사냥'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제 편에 서지 않으면 적의 동조자로 못 박고 공격하는 것은 미개하고 개탄스러운 '집단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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