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좌충우돌 리더십' 당 혼란 가중…"자기 생각만 앞세운다" 불만

입력 2024-12-10 18:26:22 수정 2024-12-10 20:14:08

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두고 오락가락·원내대표 선거도 훈수
의원들, 간접 의사 소통 대신, 직접 소통 주문…"중진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3 계엄 사태' 이후 오락가락 리더십으로 당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서 결정할 일에 섣불리 의견을 표명해 당 갈등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여당 새 원내지도부 후보 접수일인 10일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권성동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추대한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 "중진 회의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정당 조직에서 원내대표는 원내 의원들의 의사를 모으고 대야 협상에 앞장서야 하는 역할로, 원외 인사인 당 대표의 파트너이지만 엄연히 원내 의원들의 의중을 우선 반영해 뽑는 자리다. 당 대표 개인 의사보다 의원 중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당장 14일로 다가온 본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 참여 여부, 각종 특검법에 대한 당 입장, 대야 예산안 협상 전략 등 까다로운 과제를 두고 국회에 잔뼈가 굵은 중진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한 대표가 의원들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 앞세운다는 불만은 여당의 계엄 사태 수습 과정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최고위에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겠다'며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고 하더니, 6일 긴급 최고위에선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다'며 탄핵 찬성으로 급선회했다.

이를 두고는 한 대표가 원내 의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다 내놓지도 않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없이 혼자 앞장서 탄핵으로 돌아섰다는 불만이 터졌다. 오죽하면 '한 대표가 야당에서 계엄 관련 정보를 받아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 담화에서 대통령의 조기 퇴진,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헌법에 어긋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여전히 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계엄 수습'을 맡긴 것이지, 국정운영을 당에 맡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 담화 직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거센 공세를 폈고, 여당 내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힐난이 쏟아졌다.

10일 한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뜬금없이 여당 주도의 계엄 사태 관련 특검을 제안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이 발의한 상설특검과 특검법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굳이 스스로 무덤을 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재선의원은 "한 대표가 의원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하는 통에 의중의 향방을 읽기 어렵다"며 "대표의 리더십이 서기 위해선, 너무 앞서가지 말고 중진들과 의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안철수 의원 등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상욱, 안철수 의원 등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