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전복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으나 국회는 수 시간만에 계엄 해제하였다. 그러나 그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회는 대혼란에 빠지고 국론은 분열되고 대통령은 탄핵위기에 몰리며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계엄 포고령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며 특히 전공의들에게 48시간 내 복귀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조항은 충격적이다. 군부 독재 시대 계엄 포고령에도 특정 직군이 언급된 적은 없는데 대통령의 전공의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면목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시 이 나라의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늘 가슴에 새기겠다고 하였으나 이미 초심은 잊은 지 오래이다. 대통령은 지지 여부를 떠나 모든 국민들과 소통하고 화합을 이끌어야 하나 마치 본인이 중세시대 왕이라도 된 듯이 자기 의견을 따르지 않는 자는 처단하겠다 한다.
대통령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정책 입안에 앞서 근거에 기반한 전문가단체와의 논의과정이 필수적인데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진다며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했다.
이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이리 오래 갈지는 대통령을 제외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4월 초 '의료개혁에 후퇴는 없다'는 대국민 담화로 국민의 협치 기대를 무참히 깨버렸고 의료공백 장기화로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자기 말만이 정답이라며 고집만 피우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로 대표되는 한국의료는 접근성 및 질 면에서 OECD 국가중 최상위권이다. 이는 저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의사 근무시간이 길고 3차 병원은 전문의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에게 의존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필수의료의 경우 위험도 대비 보상이 낮다 보니 다들 기피할 수밖에 없는데 윤대통령은 의사만 많이 뽑으면 낙수효과로 누군가는 필수의료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의료에 무지한 이가 고집만 세니 의료 정책이 성공할 리 만무하며 애꿎은 환자들만 10개월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 파탄 원인 제공자는 고집 불통 대통령임에도 정작 본인은 아직도 전공의 탓으로 여기는 듯 하다.
계엄사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문장이 들어가면서 의료공백 해결은 정말 요원해졌다. 계엄령 후 의협을 포함한 의료단체는 내란 관여자인 대통령의 모든 정책에 참여를 거부하고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공표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또한 무기한 중지되었다.
그 누가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대통령과 대화하고 그를 따르겠는가. 윤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에게 신뢰를 잃었고 여야 모두 조기퇴진과 탄핵 방식만 다를 뿐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이야 훗날 국민을 우롱한 댓가를 치루겠지만 대통령 잘못 만난 국민은 무슨 죄가 있는가.
개인적 감정에 휩쓸려 국민을 처단(處斷)하겠다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료개혁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인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홍보본부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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