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천420원대 유지
식량자급률도 OECD 최하위권
고환율은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식품업계에 치명타
탄핵정국 등 정치 리스크로 내수 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영향으로 밥상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이 20%대를 밑돌아 대부분 식재료를 수입하는 탓에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오르면 덩달아 식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1천420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9월에만 하더라도 달러당 1천300원대 초반을 유지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1천400원을 뚫은 후 1천40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 4일 새벽에는 1천442원을 찍기도 했다.
고환율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에 치명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 등은 1천838만t(톤), 348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 커피 원두 등 각종 식품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낮은 곡물자급률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 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곡물자급률에서 사료용 곡물을 뺀 식량자급률도 2022년 기준 49.3%로 절반에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있다.
대구 북구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우리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대부분 수입을 한 것들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값이 올라갈 것 같아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에게 물건을 갖다주는 도매업체들도 고심이 깊은 것 같다. 국내에 대체품이 있는 것도 아니라 가격이 비싸면 비싼 대로 우리는 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 물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121.3으로 기준시점인 2020년(100) 대비 21.3%나 올랐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보다 낮은 114.4였다.
이에 롯데웰푸드, 오리온 등 식품업체들은 과자, 커피, 김 등의 가격을 올해 인상했다. 외식업체로는 BBQ와 굽네가 치킨 가격을 올렸고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도 버거 가격을 높였다.
대구의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많은 물량을 확보해놓을 생각이다. 당장은 타격이 없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원재료 값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당장 상품 가격을 인상할 생각은 없다. 당분간은 추이를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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