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구미시장
최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안은 수도권 성장관리권역 내 규제를 완화해 공장의 증설을 허용하고, 용수·용지·전력 등 주요 인프라를 지원하며, 반도체 특성화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확대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수도권 집중이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국민소득 3만6천달러 시대를 맞이한 지금, 수도권 중심주의가 대한민국의 영속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은행이 내년과 내후년 GDP 성장률을 2% 미만으로 예측한 것처럼, 수도권 중심 정책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양극화와 부작용만 심화시킬 것이 명백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의 청년 인구를 수도권으로 더욱 끌어들여 지방 대학과 일자리의 위축을 심화시키고, 수도권 주거난과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 이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의지를 꺾어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지방은 지방대로 지속적으로 수도권에 인구를 빼앗기면서 고사 위기에 처하고 지방민들의 의욕을 꺾고 상실감을 키워 국민 통합을 저해할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주택을 더 공급하기 위해 추가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악순환 반복으로 국가와 지방이 공멸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도 여건에 따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별 최적의 입지를 갖춘 도시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구미시는 반세기 동안 국가산업단지를 운영하며 산업경쟁력과 노하우를 쌓아왔고 용수, 전력, 용지 등 인프라도 두루 갖춘 도시다. 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따라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하면서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삼성SDI 등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초격차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도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전방산업 기업이 입주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은 물론 수도권 과밀화와 저출생 문제 해소,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수도권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지방의 정주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에는 지방에 우수 학교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특별 지원 근거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지방에 적절한 지원을 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 수도권 과밀·저출생 문제 해결, 국가 전체 발전이라는 1석 4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반도체 전방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큰 이점이 있다.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는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외부 공격에 취약하지만, 지방으로 산업을 분산하면 리스크를 줄여 안보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는 지방으로 눈을 돌려 반도체 특별법에 지방 정주 여건 개선 방안을 포함하고, 경쟁력 있는 지방 도시로 반도체 산업을 분산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더불어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길이다. 수도권 중심 사고를 벗어나 전국의 각 지방에서 활로를 찾는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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