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수출 영향 가능성…SK 전량 美 수출 영향 크지 않아
中 군 현대화 관련 140개 수출통제 대상 발표…한국 기업 2개 포함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출 통제에 나선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조치가 강화되면서 한국 주요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HBM 수출 통제…SK하이닉스는 영향은 미미할 듯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특허 체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온 미국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통제를 적용받게 된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HBM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중국 자회사에 수출하면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통제 예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 장비 및 소프트웨어 수출도 통제
미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무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현재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총 33개 국가가 해당되는데 한국은 명단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 소재한 기업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對)중국 수출통제 동참을 검토하면서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해왔으며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미국 정부와 몇 달 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 美 안보·외교 정책 이익 반하는 기업 140개 명단 발표
특히 상무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발표하고서 이들 기업에는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군사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일부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상무부는 이날 발표한 수출통제의 목적이 중국이 전쟁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첨단 AI를 개발하는 것을 늦추고, 중국이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이 핵심이라고 보고 그동안 일련의 수출통제를 통해 중국의 기술 확보를 견제해왔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우리의 적들이 우리의 기술을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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