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동해 가스전, 70억 원자로 예산 공중분해…대구보훈병원 예산도 칼질

입력 2024-12-01 17:31:20 수정 2024-12-01 1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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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4조1천억 삭감…예비비 2조4천억 줄어 재난·재해 대비 빨간불
특활비 삭감으로 민생침해범죄 수사 차질 불가피
정부 "양극화 타개 대책 지연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난망"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예결위는 이날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예결위는 이날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 예산안을 야당이 단독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5년 정부 예산은 677조4천억원에서 4조1천억원 삭감됐다. 정부는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재난·재해 대응은 물론 민생범죄 수사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4조8천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가 2조4천억원 감액된 것이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이다.

기획재정부는 예비비 대폭 삭감으로 재해·재난 등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통령비서실, 검찰·경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들은 전액 삭감됐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천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천100만원과 특활비 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과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 31억6천만원 등이 사라졌다.

기재부는 검찰과 경찰이 마약·딥페이크·사기 등 신종 민생침해범죄를 수사하는 것과 감사원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감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첨단산업 관련 예산들도 줄줄이 삭감됐다. 정부안에서 505억원이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예산은 497억원이 삭감됐고, 70억원이었던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도 63억원이 감액됐다.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R&D) 예산도 3억9천800만원 줄었다.

야당이 '윤석열·김건희표' 예산이라고 지목한 사업들도 감액 대상이 됐다. 416억원이었던 용산공원조성 사업 예산은 229억원이,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예산도 정부안 508억원에서 74억원이 삭감됐다.

의대 증원 및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도 철퇴를 맞았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의사 증원과 관련해 전공의 수련 환경 혁신 지원 예산도 756억7천200만원,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 예산은 174억4천400만원 감액됐다.

청년일경험 지원 예산 46억원, 청년일자리 강소기업 선정 및 육성패키지 예산 15억1천500만원, 청년고용지원 인프라 운영(졸업생 특화 프로그램) 예산 25억원도 삭감됐다.

지역 현안 사업들도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시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 시설 설치 사업 예산은 96억9천100만원 감액됐으며 대구보훈병원 외래시설 개선 예산도 30억원 줄었다.

국제 정세 대응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러시아와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산들 상당수가 삭감됐고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등 국가들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들도 칼질을 피하지 못했다.

기재부는 감액 예산안을 두고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보편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적시 대응이 곤란하다"며 "첨단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 AI 등 경쟁력 강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보강 등 양극화를 타개할 대책 마련도 지연된다"며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추가하거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