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나라 살림 난도질…대왕고래·원자로 예산도 날렸다

입력 2024-12-01 16:46:55 수정 2024-12-01 18:40:48

野,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與, "사과·철회 없으면 협상 없다"
지난달 29일 4조1천억 감액…예비비·특활비 등 뭉텅이 삭감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한 점 거야(巨野) 힘으로 밀어붙여
대통령실, "문제 발생 시 모든 책임 민주당"…韓, "국민 상대 인질극"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뒤 박정 위원장으로부터 인사말 요청을 받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청을 거부한 채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뒤 박정 위원장으로부터 인사말 요청을 받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청을 거부한 채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감액 처리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와 사과 없이는 추가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마저 곳간이 비어 가고 있는 극심한 경기침체 국면에서 거대 야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외면한 채 수적 우세만 믿고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정 위원장은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천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천억원이 삭감됐다.

검찰·경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돼 수사와 감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예비비도 대폭 삭감돼 재해·재난 등 대처에 어려움이 우려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민관 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 기반 구축 예산 등도 큰 폭으로 감액됐다.

헌법상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동의가 없어도 가능한 점을 거야(巨野)가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역화폐 예산 등 이재명표 예산의 증액도 포기했고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민생 예산 증액 심사 결과도 반영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예결위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감액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 놓으니 삭감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은 감액안 철회는 물론 사과를 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선(先)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수정안 요구에도 "사고는 누가 쳤는데 누구 보고 수습하면서 뭘 내라고 하느냐"며 "여당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느냐"고 질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생을 위해 추경하자던 민주당이 민생 예산 단독으로 삭감한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같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국민들 상대로 인질극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