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반쪽' …한국 불참 별도 행사

입력 2024-11-24 16:03:53

日 조선인 희생자 추모 진정성 부족에 韓 정부, 어제 불참 결정
'야스쿠니 참배 인사' 추도사…조선인 1천500명 강제노역 현장

일본 외무성의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4일 오후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일본 외무성의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4일 오후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과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력이 논란이 되면서 한국 정부는 전날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 1천500명이 강제노역했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추도식이 결국 '반쪽' 행사로 끝났다.

한국 정부는 애초 한국 유족 등 한일 정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으나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등이 문제가 되면서 하루 전 전격 불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24일 오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자국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비롯해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 와타나베 류고 사도시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 반쪽 행사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상원) 초선 의원인 그가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력 때문이다.

한국 측에서는 애초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 등 외교부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한국 유족 9명은 이미 일본에 도착한 상황이라 박 대사와 함께 사도섬에서 별도 자체 추도식을 열고 사도광산 노동자 관련 시설도 시찰할 예정이다.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매년 열기로 한국에 약속한 조치로 이번이 첫 행사였다.

한일간 추도식 협의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어왔다. 행사 공식 명칭을 둘러싸고 일본 측은 '감사'라는 표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국 정부가 반대했고 결국 행사 공식 명칭은 추도 대상도 드러나지 않는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애매하게 정해졌다.

또 한국 유족의 추도식 참석 비용을 한국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도 일본 측의 성의 부족으로 지적됐다.

한편,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1867)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이때 식민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으며 일했다.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 수는 1천50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