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커지는 재정 부담]한 해 쌀 비축 비용만 2조 원…재정 부담 완화‧식량 주권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입력 2024-11-25 18:19:00

지난해 쌀 비축 비용 최대치 1조7천700억원, 올해 예산안 2조원 훌쩍 넘어
쌀 재배면적 줄이기는 언 발에 오줌, 식량 주권 지키기 위한 근본 대책 필요 목소리

정부 공공비축미곡 창고에 쌓여있는 조곡들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 공공비축미곡 창고에 쌓여있는 조곡들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한국 쌀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소비가 갈수록 줄면서 해마다 과잉 생산이 발생하고, 이에 공공 비축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식량 주권 차원에서 쌀 자급률 유지하려면 의무매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합리적인 재정 지출과 농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 마련이 요구되는 것.

우리나라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생산이 수요를 넘어서면 초과 물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쌀 공공 비축 비용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도 2조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비축 비용(일반회계 전입금)은 1조7천700억 원으로 공공 비축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치다. 일반회계 전입금은 정부가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식량 안보를 위해 쌀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는 '양곡 관리 특별회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금액이다.

이처럼 매매 손실을 포함한 공공 비축 비용은 최근에 크게 늘었다. 2015년 일반회계 전입금이 5천968억7천만 원에서 2018년 1조2천962억7천만 원으로 처음 1조 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7천7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예산안 기준)는 2조2천837억9천만 원으로 2조 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2020년 351만t에서 지난해 370만t으로 5.4%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7.7㎏에서 56.4㎏으로 2.3% 줄었다.

초과 생산으로 쌀값이 떨어지면서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산지 쌀값(매월 5일 기준)은 지난달 20㎏에 4만7천39원에서 이달 4만5천675원으로 3% 하락했다. 이달(15일) 기준 80㎏ 쌀값은 18만2천872원으로, 정부 목표인 20만 원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의무매입이 이뤄진다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 개정으로 2026년부터 초과 생산 규모가 48만t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2030년에는 남는 쌀이 64만1천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매년 조 단위의 예산을 쌀 정책에 쏟아붓지만,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 부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합리적인 재정 지출과 농민 보호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쌀 생산량도 정점에 와 있고 소비는 인구가 줄면서 더 감소할 것"이라며 "배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쌀 생산기반을 헤칠 수 있다. 다른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등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내 곡물 생산 구조의 전환할 때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