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에서 운행 중인 행복택시… 대상 지역 선정 명확한 기준 과제
전국 지자체 50.3%가 DRT 이용… 농촌에선 '병원진료'가 주목적
전문가들 "교통복지 차원 DRT 확대 필요" "농촌 특성 맞춰 소형 차량으로"
교통은 세상과의 소통이다. 교통 인프라 구축은 고령층의 이동권 보장부터 고독사 방지와 의료 접근성 증진, 나아가 지역 균형 발전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달성군에서 운영하는 행복택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제안과 다른 지역 사례를 살펴봤다.
◆달성 행복택시, 교통오지와 도심 잇는 다리 될까?
지난달 28일 오전 9시쯤 대구 달성군 현풍읍 개인택시조합 달성군지소. 기사 7명이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곳은 2018년 달성 행복택시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논공읍, 구지면, 현풍읍 지역을 담당한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5명의 기사가 행복택시를 운행한다. 20분쯤 지나 김삼훈 달성지소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가읍 초곡리에서 현풍 농협까지 운행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조수석에 동행해 초곡리로 함께 향했다.
10여 분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통 마을회관이나 마을 입구에서 승하차하지만, 간혹 집 앞까지 운행하기도 한다. 기사가 직접 짐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서비스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날 행복택시를 탄 문양희(67) 씨는 "은행을 들렀다가 오는 길에 장도 볼 계획이다. 한 달에 10번 정도는 이용한다. 행복택시 없으면 버스도 못 타고 마을 밖을 나가지도 못한다. 내 시간에 맞춰 다닐 수 있고 무거운 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미터기에 6천500원이 찍혔다. 1천700원은 현금으로 받고 정해진 쿠폰에 이용자 서명을 받았다. 이를 모아서 월말에 달성군이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달성군에 따르면 지난해는 5만8천751회 운행에 7만4천583명이 이용해 최고치를 찍었으며, 올해도 9월 기준 4만6천978회에 5만9천764명이 이용 중이다. 이용객은 시장과 병원, 읍사무소 등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산1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매일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김 지소장은 "매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척보다 더 가까워졌다. 홀로 있는 주민들의 고독을 덜고,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행복택시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크지만, 운전기사에 대한 지원과 행복택시 대상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은 과제다.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이유로 행복택시 대상에서 제외된 외딴 마을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사 확보도 숙제다. 2020년엔 33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했다. 이후 점차 줄어들다 올해는 41명 모집에 37명이 지원, 결국 미달이 됐다.
김 지소장은 "교통사고와 법규 위반 내용, 달성군 지역 거주 이력 등을 고려해 행복택시 기사를 선정한다. 처음에는 경쟁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고 있다.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빈면에 대상지를 확대할 때도 기사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 택시 대기 장소와 사무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DRT 이용 목적…도시는 '출퇴근', 농촌은 '병원 진료'
달성군을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들은 교통 소외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의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수요에 따라 운행 구간과 정류장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대중교통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군 161곳 가운데 50.3%(81곳)가 DRT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택시형'이 51.9%(42곳)로 가장 많고, 이어 택시+버스 혼합형 등을 포함한 '기타'가 29.6%(24곳), '버스형'이 18.5%(15곳) 순이었다.
보고서엔 지난 2~3월 이용자 1천9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DRT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도 담겼다. 도시보다 농촌 지역 DRT 이용자들이 갖는 특성이 잘 나타났다.
이용 계기의 경우 도시형은 '원하는 곳에서 승하차 가능'을 가장 높은 순위로 선택했고, 농촌형은 '기존 이용 교통수단의 이용 불편'을 1순위로 꼽았다.
이용 목적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도시형은 '출퇴근'을 위해 이용한다고 밝힌 비율이 4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여가'(15.2%), '등하교'(10.1%) 순이었다. 반면, 농촌형에선 '병원 진료'(37.8%)가 1위를 차지했으며, '출퇴근'은 16.9%였다. 이어 '시장 보기'가 15.7%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도시형 응답자의 대부분이 20~50대 직장인이고, 농촌형은 이용자 대다수가 60대 이상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DRT 이용이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형 이용자의 평균 이동 소요 시간은 DRT 이용 전 32.3분에서 이용 후 18.9분으로 감소했다. 농촌형에서도 이용 전후로 평균 이동 소요 시간이 34.7분에서 21.6분으로 줄었다.
◆교통 소외 지역 누비는 DRT, 대구도 필요
대구시도 달성군(농촌형) 이외 지역에서 DRT를 운영하지만, 출퇴근과 관광 편의 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혁신도시 내 의료R&D지구에 처음으로 도시형 DRT(4대)가 도입됐다. 이어 올해 8월부터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5대)와 수성알파시티(2대)에 추가로 운행되고 있다. 직장인 출퇴근 편의 증진이 목적이라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엔 팔공산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 관광형 DRT 차량(16인승 이하) 7대가 새로 도입됐다. 주말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만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교통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교통복지 차원의 DTR 도입을 강조한다. 교통 소외지역 가운데 부지가 협소해 버스 진입과 회차가 어려운 곳이 많은 걸 고려해 기존 버스 노선을 확대하기보다 택시나 승합차 등 소형 차량 형태로 DRT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대중교통 관련 공공정책은 일정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펼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정기적인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면 행복택시, DRT 등 비정기적인 서비스 정책들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교통 부서와 복지 부서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구‧군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떨어지는 마을을 지정하고, 정확한 교통 수요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주로 이용하는 시장과 병원 등을 고려해 지역(마을) 맞춤형으로 운행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구 내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마을에 소형 차량 형태의 새로운 DRT 서비스가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버스 노선으로 교통 수요가 충족되는 지역, 기존 나드리콜(교통약자 이동 서비스) 이용자 등과 중복되지 않게 대상 지역과 주민에 대한 세심한 기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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