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건 죽어야 현명"…25년 가정 폭력 끝에 아내 살해한 70대 남편

입력 2024-11-14 21:56:27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오인하고 둔기로 살해
"술이 원수다" 알코올 탓 하는 남편, 징역 14년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아내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다고 오인해 둔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이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앞서 20년이 넘도록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형 부장판사)는 아내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임 모(71) 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임 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9시쯤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자택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임 씨는 범행 당일 아내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다고 오인해 격분, 둔기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이전에도 아내에게 폭행을 일삼았으며, 약 20년 넘게 이러한 가정폭력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임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5년 전부터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해왔고, 둔기로 때려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술이 원수'라며 알코올을 탓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임씨 측은 선처를 호소했다. 임씨는 최후진술에서 "나같은 인간은 죽는 것이 현명하다"고 흐느끼며 "두 자녀는 물론 친정 식구까지 탄원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배우자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방치하는 등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녀들이 그의 선처를 바라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