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가 뭐길래.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일명 '친한동훈계'(친한계)에 맞서기 위해 계파가 필요하다는 지지자 요구에 13일 "계파가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동지는 있다"고 답했다.
▶이날 홍준표 시장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는 "정말 계파가 없어도 되겠는가"라고 시작하는 질문이 올라왔다.
질문에서는 "친한계 의원들은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위해 발언하고 움직이고 있다. 이미 조직화됐다고 본다"면서 "시장님은 혼자서 괜찮으시겠는가"라고 걱정했다.
이어 "일시적으로라도 계파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물으면서 "당내 분란만 일으키는 사람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 및 지론에서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답변을 하면서도, 그렇다고 '혼자'는 아니라고 덧붙인 맥락이다.
다만, 언급한 '정치적 동지'가 누구인지,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10월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도 '계파'라는 키워드를 잇따라 쓴 바 있다.
그는 지난 10월 27일 오후 6시 31분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 대표와 그 주변 인물들을 가리킨듯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고 1인 城主(성주, 성의 수장)이다. 계파의 졸개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며 "지난 30여년 정치하면서 나는 계파에 들어간 일도 없고 계파를 만든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서 홍준표 시장의 '동지'에 대한 지론도 읽을 수 있다. 그는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의원들은 수평적 동지 관계이고 나는 언제나 각자의 뜻을 존중한다. 그래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뜻이 맞지 않아 나갈 때는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동훈 대표 측을 가리킨듯 "얼마나 못났으면 3金(삼김, 김영삼YS·김대중DJ·김종필JP)시대도 아닌데 국회의원이 줄 서서 계파 졸개 노릇이나 하나? 그건 소신도 아니고 해바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시장이 언급한, 대한민국 헌정사 초반인 1960년대부터 2000년을 갓 지나서정도까지를 가리키는 3김시대는 어느 진영에 서나 상당한 기간 유력 정당의 '총재'를 맡았던 저 3명 김씨의 영향 반경에 들 수밖에 없었다. 검사의 길을 걷던 홍준표 시장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 1996년 15대 총선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또 10월 6일 오후 6시 50분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당시 한동훈 대표 및 친한계 의원들의 회식 뉴스와 관련해 '계파'를 주제로 삼아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나는 정치 30여년 동안 계파 활동을 해본 일이 없다"면서 "계파에 속하지도 않았고 계파를 만들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데 계파 졸개로 전락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욕이고, 소위 계파 수장이 국회의원을 계파 졸개로 부리는 것도 헌법에 위배되는 짓이다. 개인적인 친소관계로 어울리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패거리 지어 계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패거리 정치문화는 일본 정치계를 흉내낸 잘못된 정치 풍토"라고도 해석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당 새로운 계파가 모여 회식한다는 뉴스를 보고 그 계파에 속하는 국회의원들이 문득 불쌍해진다. 대선 후보 경선 때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될 것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 초년생 밑에서 미리부터 무얼 하겠다고 무리지어 다니는지"라며 "박근혜 때 처럼 바른정당 만들려고 하는지, 아니면 몇 명을 무기로 대통령을 협박 하려는 건지. 묘한 시기에 묘한 모임"이라고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의 향후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도 제기했다.
▶홍준표 시장이 이처럼 '계파 無(무)' 언급을 꾸준히 하는 걸 의식한듯, 일각에서는 홍준표 시장의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다.
실제로 YS(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보수에서 낸 역대 대통령(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친이, 친박, 친윤 등의 키워드가 언급됐고, 국민의힘 및 그 전신 정당의 당 대표를 역임한 인물들 중 일부의 측근들에 대해 친이준석, 친한 등의 수식이 붙었다. 이렇게 일명 '계파 수장'의 성씨나 이름이 붙는 네이밍도 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의 자택이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딴 '상도동계'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물론, 친홍계라는 키워드도 과거 기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홍준표 시장이 직접 또 지속해 부정하고 있는 것.
그래서 계파가 없다는 이유로 당내 기반 역시 약하다는 내용의 평가가 나오는 것을 두고 홍준표 시장은 2018년 7회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대표에서 사퇴(6월 14일)한 후 미국을 다녀와 정계복귀를 선언(11월 20일)한 직후였던 12월 26일 오전 9시 45분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기자들 수준이 참 낮다고 늘 생각했다"며 반박 사례를 나열하기도 했다.
계파에 속한 정치인들을 제압했다거나 계파가 없는 게 오히려 경쟁력이 됐다는 내용이다.
다음과 같다.
▷2011년 7월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때 친이(원희룡)·친박(유승민)이 서로 똘똘 뭉쳐 선거에 임했어도 당 대표는 내가 압도적 득표로 이겼습니다.
▷2012년 11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와
▷2014년 4월 경남지사 경선때 경남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친박 후보(박완수 현 경남지사 등)를 밀었어도 2번 다 내가 도지사 경선에서 이겼습니다.
▷2017년 3월 19대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서도 국회의원 한 명 없는 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대통령 후보가 됐고,
▷2017년 7월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때 국회의원 한 명 없어도 책임당원 73%가 홍준표를 지지했습니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홍준표 시장은 "그런 실증적 측면에서 보면 내가 당내 기반이 가장 튼튼하다"고 강조, "패거리 정치는 이미 사라졌는데 언론에서만 패거리를 기준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나는 당원과 국민들을 보고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매몰돼 정치하지는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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