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미래 100년, 대한민국의 운명

입력 2024-11-12 19:02:06 수정 2024-11-12 19:31:26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백설공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법의 거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오늘날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세계 6대 강대국(2024년)에 올랐다. 프랑스와 일본보다 앞섰으니,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러한 풍요와 영광이 계속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선배 세대가 이루어 온 풍요와 결실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진영 간 극렬한 대립은 우리 사회를 양분화하고 있다. 양극화된 사회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상대화시켜 관련 문제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상대방을 적대시하곤 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의 의식 세계도 혼란스럽다. 국민소득은 3만5천달러인데, 국민 의식 수준은 한참 뒤처져 있다. 물질적 풍요가 의식 세계를 뒤엎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친절하면서도 거만하다. 권력자나 유명인에게는 끝없이 친절하지만, 식당 종업원 등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겉으로는 '법' '법' '법'이라고 외치면서도 준법정신은 엉망이다. 고위층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니,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면서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린다. '반성하지 않으니, 미래가 없다.'

나아가, 가장 큰 특권과 영향력을 가진 정치 집단이 벌이고 있는 한국의 정치 수준은 어떤가? 문제해결과 사회통합의 정치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되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파와 사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좋게 평가해도 '정치 수준'은 '3천달러'쯤 되어 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 경기 침체, 지방 소멸, 불평등, 저성장 등의 내부적 도전뿐만 아니라 국제 경기의 침체, 북한 도발,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의 외부적 도전으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신고립주의'를 기조로 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은 새로운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독일로 갔던 간호사와 광부들, 월남에 파병되었던 백마, 맹호 그리고 청룡 부대의 장병들, 중동으로 갔던 건설근로자들, 이들의 피땀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을까. 묵묵히 피땀 흘려온 대한민국의 선배 세대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위기 앞에서 통합하지 못하고 분열만 지속하는 국가는 침몰의 길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국가 전반에 파고들고 있는 위기에 대해 대응 능력을 복원하고 모든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세계 일등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혜안이 요구되는 때이다.

어렵게 이루어 놓은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결실과 풍요가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일하기 너무 힘들어서 정치인 하기 싫다"라는 외침이 '정상적인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오직 국민만이 주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위대하다." 이는 이미 역사가 증명해 왔다. 이제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