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아침 공기가 제법 차다. 출근길 안동시청 앞에는 주민들의 피켓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선 이들 곁으로 공직자들의 출근 차량이 무심히 지나친다.
이곳에서는 최근까지 안동시 풍산읍에 들어설 예정인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3년 가깝게 피켓시위를 이어 왔다. 얼마 전부터는 안동시 도산면 의일리에 들어서고 있는 '폐기물 재활용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로 대체됐다.
이들은 평온한 일상을 접어 두고 거리로 나선 이유를 '생존권' 때문이라 말한다. 생활 주변에 폐기물 재활용시설이 들어서면 환경오염과 지역 이미지 훼손, 그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삶의 질 저하가 불 보듯 하다는 것.
주민들은 인·허가권을 가진 안동시가 자신들 편에 서길 요구한다. 그러나 행정기관인 안동시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표를 가진 주민들은 표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을 압박한다.
어쩌다 행정기관이 주민 편에 서서 사업을 불허하면, 업체는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이어 가면서 갈등이 얽히고설킨 상태로 지역사회는 멍들어 간다.
'환경시설'은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 외면이 심각하다. 갈등 형태도 다양하다.
지구 미래를 위해 탄소중립과 자원 재활용이 중요해지면서 환경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국적으로 환경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됐다.
안동시 도산면 의일리에 들어서고 있는 '폐기물 재활용시설'도 마찬가지다. 이미 80%가 넘는 공정률을 보인 이 시설을 두고 주민들은 '사업 중단'과 '시설의 안동시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는 정치인들의 일방적 발언과 입장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 정치인들은 '그동안 몰랐다' '이제 알았으니 반드시 중단시키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해 놓고 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라 한다. 이제는 지역의 공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그야말로 '정치합시다'라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공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공정한 문제 해결 틀이 필요하다. 갈등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런 구조 속에서 행정, 갈등 당사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토론과 협상으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협의가 기본이다. 주민들은 현실성 있는 요구를 하자. 업체는 주민 입장에서 최선의 대안을 내놓자. 행정은 이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자.
'폐기물 재활용시설'의 갈등 핵심은 수도권에서 배출된 폐기물인 '슬러지'를 청정 지역에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톱밥과 섞어 고체연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것.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고체연료를 만드는 데 슬러지를 빼면 어떨까? 당초에 알려졌던 계획대로 생나무를 들여와 톱밥으로 가공하고, 이를 고체화시켜 연료로 만들면 환경오염원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꽁꽁 얼어붙기 전에 '슬기로운 모범 사례'를 만들자. 그래서 주민들도,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기업체도 따뜻한 겨울을 맞도록 해 보자. 상생 현실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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