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기도 하지만 우리 삶과 사회에서 필요한 시험
인간의 일생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 이뤄지고 있어
이제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을 앞둔 아이도, 부모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지만 누구보다 시험을 치러야 하는 당사자인 아이들의 지금 마음이 어떨지 과거 학생이었던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걱정되는 마음을 다잡아본다.
수능처럼 배운 내용을 토대로 측정하는 학교 시험이 아이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볼 때, 뭔가를 성취하거나 성공하기 위한 모든 일들이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생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 대부분이 시험이고 시험이 없는 인생은 없다.
◆ 시험, 학교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시험의 뜻은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이 대표적으로 일정 기간 공부했던 것을 시험 출제자인 교사로부터 평가받는 과정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성취도에 중점을 두고 절대 평가적 의미가 중요하다면 중학교부터는 학기별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성취에 대한 상대평가로 서열이 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보통 시험 한 달 전부터를 시험 기간이라고 부르는데 고등학생이라면 모의고사까지 치르니 아이들이 느끼기에 대부분의 학교생활이 시험 기간이라고 느껴질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가장 걱정하는 문제도 학교 가기 싫다는 것이고, 담임 역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학생이 있을 때 가장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가, 즉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가진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아이 자체가 시험에 대해 부담을 가지기도 하지만 부모로부터 시험에 대한 압박을 받아 힘들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백 점 맞지 않으면 ○○를 못 하게 한다고 했어요", 이번에도 ○○점 맞으면 학원 수업을 늘린다고 했어요" 등이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내가 못 했던 과목은 더 잘하도록, 내가 잘했던 과목은 나처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런 바람이 아이에게 시험에 대한 성취 동기부여로 전달되기보다 오히려 하기 싫고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부모가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 비록 힘들지만 삶에서 꼭 필요한 것
시험이라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또한 우리 삶과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목표-내용-평가'라는 일련의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평가란 목표가 온전히 달성되었는지 측정하는 과정이며, 측정 도구가 바로 시험인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의 도달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은 객관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타당도, 신뢰도를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중요한 관건으로 삼는다.
학교에서 평가 문항을 개발할 때 과목별, 학급별 편중되지 않고 균등하게 배운 것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평가인 시험에서 "어? 우리 이거 안 배웠어요"라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마땅히 배워야 할 성취 기준에 타당한 평가 문항으로 시험을 쳐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다음으로 시험은 아이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험은 아이들이 가진 앎을 밖으로 끌어내는 가치가 있으며 시험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운동선수, 음악가, 배우처럼 실전이 곧 무대에 서는 일이고 평가인 사람에서 보면 인간의 일생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적응하기 위해서도 시험은 필요한 것이다.
◆ 삶이 곧 시험, 순간순간의 시험이 곧 삶
되돌아보니 내가 고3이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험에서 해방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졸업 후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곧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학교에 가서도 다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봐야 하고 임용 시험을 위해서 준비해야 했다. 중간중간 임용에 필요할 것 같은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들도 있었다. 또한 교사가 된 이후에도 각종 연수를 받고 시험을 쳐야 했다. 정말 인생에서 시험의 끝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시험이라는 것이 종이에 펜으로 측정하는 형식이 아니라, 시험의 의미대로 삶의 매 순간이 무형의 시험, 곧 인생 자체가 시험인 셈이다.
이제 곧 시험의 힘이 최대로 발휘되는 대입을 위한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출근 시간 조정까지 해야 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이 수능일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당일 출근 시간이 10시로 조정되어 아침의 여유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 첫째가 고3이라 그런 여유는 못 느끼겠지만 그동안 노력한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반겨줄 준비를 해야겠다. 수능을 앞둔 모든 부모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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