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등 포항이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경쟁력 충분…범정부 차원 적극적 지원 필요해
한국은 북극항로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적극적인 정책을 펴지 않아 전문가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5일 열린 '북극항로 거점항만 포럼'은 이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기회의 장이 됐다.
특히 북극항로 거점항만으로 포항 영일만항을 눈여겨봐 온 전문가들은 정책 제언을 한 보따리씩 풀어내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과 지원을 촉구했다.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은 포항 영일만항을 글로벌 자원 물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포항국제광물거래소(POMEx)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 시설은 동해와 북극해지역, 유라시아 및 북한에서 생산되는 광물 일체를 다룬다.
동해에는 해저 광물 자원인 망간, 희토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있으며, 북극해지역에는 철광석, 석탄, 텅스텐, 니켈, 망간, 동광, 우라늄 등이 생산된다. 유라시아 및 북한에선 철광석, 동광, 금, 아연, 희토류, 마그네사이트 등이 나온다.
이 시설은 이들 광물이 북극항로를 따라 영일만항으로 모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먼저 영일만항에 런던금속거래소(LME)를 유치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부산과 광양 등 2곳이 2002년 LME 비철 처리항만으로 등록돼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인천항이 철강판 취급 항만으로, 광양항은 알루미늄, 전기동, 니켈, 주석 등 4개 품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됐다.
포항은 포항제철소가 막대한 양의 철광석과 석탄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 2차 전지 기업들이 배터리 관련 원자재 등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수출입의 길은 닦여져 있는 상황이다.
하 협의회장은 "호주, 페루, 브라질, 러시아 등의 광물 공급자, 한국황해광업공단, 포스코, 경북도, 포항시 등 관련 기관들이 공동출자한다면 POMEx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원자재 수출입뿐만 아니라 LNG 등 북극해지역 개발자원의 극동지역 수출 통로기능도 영일만항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일만항에 ▷북극항로 아시아-유럽 간 컨테이너 환적 거점 ▷북극해 크루즈 관광항만 조성 ▷해양탐사선의 모항 및 수산물 가공센터 설치 ▷'북극해연구센터' 설치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북극해연구센터는 기존 운영 중인 경북연구원 소속으로 설립하고, 기관 내에 '포항북극협력추진위원회(COPPAC)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연구센터는 북극해항로, 해양자원개발, 해양관광, 국제협력 연구 등 분과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COPPAC과 협력해 활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날 국내 선사들의 북극항로 물동량 증가를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수 KMI경제전략연구본부장은 "현재 국내 내빙 선박 보유 선사는 없는 실정이다. 안정적 장기 운송화물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선사의 고비용 내빙화물선 건조는 없을 것"이라며 "초기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형 화주 화물 발굴이 필요하다. 북서유럽과 동북아시아 간 운송화물의 저운임 및 장기계약을 통한 물동량을 확보하는 데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며 "공기업 주도 물량에 대한 국적선사 운송 우선 배정과 국가 차원의 운송비용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연구원에선 영일만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북극해 주요 개발 에너지인 LNG 보관 및 운송 터미널 구축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선사 인센티브 등 지원제도 운영 ▷수리조선 산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리조선 산업의 경우 한국은 선박을 만드는 것에는 세계 1위이지만 선박 수리에선 중국과 싱가포르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 선박을 수리할 접안 시설과 토크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3만톤급 이상 중대형 선박을 수리할 시설이 거의 없고 5천톤급 미만 소형 선박을 중심으로 수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3만톤급 이상 국내 대형 선박 98%가 수리를 위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드는 비용은 한해 총 6천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경북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박선율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극항로 선점을 위해 강대국들은 물론 국내 대도시들도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며 "울산은 울산항만공사와 손잡고 울산항을 북극항로 아시아 허브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세계적 항만인 부산항도 극지 관련 산업과 문화·관광 인프라를 조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일만항은 이런 항만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강점을 분명히 갖고 있다"며 "북극항로에서 영일만항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항만 개발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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