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댄 애리얼리 : 미스빌리프
댄 애리얼리 지음 / 청림출판 출판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 등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우리에게도 그 이름이 익숙한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그는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초반을 지나던 2020년 7월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당신이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지인은 다짜고짜 화를 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전 세계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어 세계 인구를 줄일 목적으로 빌 게이츠와 공모해 코로나19 백신을 주입하는 계획을 꾸민 주동자라는 가짜뉴스 때문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자신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은 그렇다 쳐도 같이 작업했거나 오래 알아 온 사람조차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를 믿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댄 애리얼리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전화통화부터 SNS등을 통한 게시물 등을 통해 변론을 펼쳤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이런 노력이 모두 헛될 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아니다'고 주장하면 할수록 그의 말과 글과 영상들이 모두 재합성돼 오히려 그들의 가짜뉴스를 강화하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는데 쓰여질 뿐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자 답게 그는 4년 만에 이 책을 통해 "왜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고 거짓정보를 퍼뜨릴까"를 규명해 돌아왔다.
사실 인류 역사에 가짜뉴스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음모론을 비롯한 거짓 정보의 비이성적인 매력을 이해하려면 우선 '잘못된 믿음'(misbelief)의 생성 과정부터 이해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이미 확인된 진실을 신뢰하지 않게 만들고, 대안적인 사실들이나 이야기들을 즐기게 만들며, 또 본격적인 음모론들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단 말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잘못된 믿음'이란 특정 사실에 대한 거짓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관해 추론하며 타인에게 세상을 설명하는 '왜곡된 렌즈' 역할을 하는 관점이자 심리적 사고방식이다. 또한 잘못된 믿음은 하나의 상태가 아닌 일련의 과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애리얼리는 자신을 악의 축으로 만든 음모론자들을 직접 만나서 얻은 인터뷰, 인류학적 실험, 행동과학 문헌 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적 구성 요소를 조명한다. 그는 잘못된 믿음의 4가지 요소로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를 관리할 필요성에 중점을 둔 심리적 요소,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인지적 요소, 거짓 서사를 받아들이는 경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격적 요소, 강력한 힘을 가지는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 등의 사회적 요소 4가지를 꼽는다. 이 4가지 요소는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한데 얽혀 우리를 잘못된 믿음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한편에서는 이런 의문도 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뿐인데 굳이 거기서 탈출해야 할 만큼 나쁜 것일까? 애리얼리는 "양극화된 사회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신뢰를 회복하고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 코로나19 등 온갖 사회 문제에서 생겨난 각종 음모론은 인터넷, 소셜미디어, 진보된 AI 기술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알고리즘에 힘입어 사람들의 편향성을 더 강화화고, 각자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은 점점 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개인에게는 든든한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신념이지만, 나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게 되면 자칫 우리 사회는 분열되고 파괴될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잘못된 믿음에 맞서 싸우는 데는 갈등이 아닌 공감에 뿌리를 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불신이 인간적인 차원의 문제임을 빨리 인식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이 더 빨리 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36쪽, 2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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