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의 오랜 염원(念願)이었다. 한강 작가가 숙원(宿願)을 풀었다. 서점가와 출판계엔 '한강 특수'가 출렁인다. 사람들이 모이면 '한강'이 화제다. 한강의 소설을 놓고 이념적인 논쟁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부동산과 주식, 골프와 프로야구 얘기가 아닌 문학이 얘깃거리가 되는 이 가을, 그저 찬란하다.
노벨문학상 열풍이 한강을 넘어 다른 작가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BC카드의 분석 결과를 보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일주일간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 늘었다. 한강 작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른 문학 작품 등을 찾는 수요도 동반 상승했다고 한다. 더욱 반가운 일은 평소 책과 거리를 뒀던 50·60대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2016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한국인의 유별난 노벨문학상 열망(熱望)과 독서 실태를 비판한 문학평론가의 칼럼을 실었다. 그 평론가는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 30개 상위 선진국 중 국민 1명당 독서 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기분 나쁘지만 맞는 말이다.
그 신랄한 비판을 뒤로하고,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이 침체된 한국 문학과 출판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게 노벨문학상 보유국(保有國)의 진정한 품격이다.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 독서율(1년간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은 43%, 종합 독서량은 3.9권이었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일과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게 독서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유튜브 시청 통계를 보면, 이는 궁색(窮塞)한 변명이다. 한국인 1인당 하루 73분꼴로 유튜브를 시청했다고 한다. 세계 유튜브 사용자의 평균(19분)보다 4배 많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니다. 시간이 많아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가 책보다 재미있어서다. 어디 유튜브뿐인가. 세상에는 책보다 흥미롭고, 돈과 정보가 되는 게 널려 있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口利於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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