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짖어봐" 아파트 경비원에 갑질…결국 4500만원 손배

입력 2024-10-27 12:33:03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아파트 경비·미화·관리사무소 노동자들에게 "개처럼 짖어보라"는 등 폭언과 갑질을 일삼아온 한 입주민에게 법원이 피해자 3명에게 총 4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27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이아영 판사)은 지난 8월 28일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등에게 폭언, 욕설 등 갑질을 해온 입주민 A씨에게 피해자인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각각 2천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또 이들을 해고하라며 압박당해온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서도 5백만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단이 나왔다.

앞서 A씨는 2019년부터 아파트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언·욕설·부당지시를 반복했다. 그의 갑질로 일을 그만둔 노동자만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비노동자들에게 '흡연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라'거나 개인 택배를 배달하도록 하는 등 부당 지시를 이어왔다. 관리사무소장에게는 '죽은 부모를 묘에서 꺼내와라', '개처럼 짖어봐' 등 폭언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A씨를 신고했으나, 그는 도리어 피해자들을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하는 등 갑질을 가했고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라고 협박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B씨는 언론사와 입주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괴롭힘을 이어갔다. 형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법원에서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들(피해자들)은 피고(이씨)의 범죄 행위로 인해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봤다.

또 이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한 데 대해 "통상적인 재판청구권의 행사 범위를 넘어가는 것으로서 원고들(피해자들)을 괴롭히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씨가 2021년 12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2023년 4월 청구기각, 2023년 9월 항소 기각, 2024년 1월 상고기각됐다.

직장갑질119는 이번 판결은 민원인 갑질은 수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정도의 심각한 위법행위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그간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1천만원 이내에서 위자료가 결정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입주민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