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사수에 말발 서는 한동훈…친윤 "대통령실 궁지 모나" 불만

입력 2024-10-17 18:43:13

한동훈 대표, 선거 승리 후 대통령실 겨냥 '당정 쇄신' 요구
김 여사 관련 인적쇄신·대외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등 나열
친윤계 "'텃밭' 승리에 고무, 대통령실 궁지에 모나" 불만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을 사수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음주 전망인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당정 쇄신 드라이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한 대표 행보를 놓고 친윤계에서는 김 여사를 향한 여권의 의혹 제기에 동조, 결국 대통령실을 위기에 빠뜨리고 당 분열과 갈등을 가속화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에 대해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을 요구한데 이어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김 여사 무혐의 처분 결정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또 민심에 따른 쇄신과 혁신을 강조하면서, 김 여사를 향해 '의혹에 대한 설명과 의혹 규명 절차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여권 쇄신과 관련한 고강도의 요구를 함으로써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 독대 전에 지나친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반영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는 게 당 대표의 의무"라고 말해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취지란 뜻을 강조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대통령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왔다.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응해 당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물밑에서 해법을 논해도 부족한 판국에, 대통령실을 향해 공개적으로 요구 사항을 공개해 궁지로 몰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재보궐선거 승리와 관련해서도 부산 금정구는 본래 국민의힘 세력이 강한 곳인 데다 야권의 '아전인수격' 정권심판론에 대한 반감으로 여권 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이란 점에서 한 대표가 주장하는 '당정 쇄신론'이 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 한 의원은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차별화하는 발언으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이겼다는 주장하는 것은 여의도식 문법"이라며 "당이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니까 지지자들이 위기감을 갖고 결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야당의 대통령실 '탄핵 빌드업'에 맞서 싸우기보다, 본인의 당 장악과 정치적 이해를 위해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모양새 아니냐"며 "대통령실을 향한 한 대표의 프레임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크다. 당 분열이 우려될 정도"라고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