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가 "초가을 더위에 포도 착색 제대로 안 돼"
포항 공판장 "고수온 탓에 죽은 홍게 많아"
대구와 포항 산림 곳곳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 중
대구경북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경고음이 울린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에 이어서 가을에도 온난화의 여파는 식지 않고 있다. 피해는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농작물 수확과 해산물 어획이 감소하고, 산에선 들끓는 병충해로 나무들이 죽고 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지난 3~11일 지역의 이상기후 피해 현장들을 찾았다. 지난 9일 방문한 포항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위판장. 5개 남짓한 가판대에서 중매인들이 제철을 맞은 홍게 판매에 한창이었고, 영업하지 않는 가판대들이 20개 가량 있었다.
대게·홍게 중매 경력 25년의 정원숙(54) 씨는 "홍게는 온도에 굉장히 민감한데, 잡은 홍게 10마리 중 7~8마리는 고수온으로 인해 죽는 탓에 신선한 활어 비율이 높지 않다"며 "살아있는 게들은 크기랑 수율에 따라 한 마리에 5천~3만원 정도 하는데, 죽은 게들은 가격이 50~60% 깎여 헐값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 연안 수온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관측한 포항(월포) 연안의 수온은 24.8℃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온(23.8도)과 평년 수온(22.4도)보다 각각 1도, 2.4도 더 높았다.
대구 수성구 성동의 포도 직판장 일대. 부스 안에 우두커니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농민들 뒤편으로 포도 상자가 보였다. 노란빛 샤인머스캣과 연두색 거봉이 놓여 있다.
올해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진 데다 폭우 등 기상이변이 겹치며 지역 농가들이 작물 재배와 판매에 난항을 겪었다. 한평생 포도 농사를 지어온 A(70) 씨는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포도라고 오죽하겠느냐"며 "올해는 너무 더워 착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날이 가물었던 적도 많아 포도알도 작은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산에선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역대급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찾은 대구 달성군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주변 산림은 말라 죽은 소나무들로 몸살을 앓았다. 도로를 따라 회색빛이나 붉게 변환 소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동구의 천연기념물 1호 도동 측백나무 숲 주변도 비슷했다.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 고사한 소나무들이 즐비했다. 팔공산 자락 코앞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된 모습이었다.
경북 포항 천마산 인근 산림은 상황이 더 나빴다. 폭탄은 맞은 듯 죽은 소나무들이 보였다.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 산도 마찬가지였다. 포항 시내와 가까운 곳에서도 고사한 소나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포항과 경주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재선충병이 증가하자 경상북도는 방제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 도청에서 관련 기관 관계자 90여 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임업진흥원은 최근 기후변화로 매개충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등 재선충병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예년과 비교해 다섯 배 정도 재선충 감염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곽뿐만 아니라 시내 쪽으로도 퍼지고 있어서 14일부터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피해확산 속도가 빨라 연중 방제를 할 수 있도록 예산 확충과 시기 연장을 정부와 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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