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공연 '기생집' 빗댄 野의원…국악인들 "끝까지 싸운다"

입력 2024-10-15 09:28:02

"가야금 하고 창 했다고, 어찌 기생 취급…사죄 않으면 끝까지 싸울 것"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악인 신영희씨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악인 신영희씨가 '국악인 비하 발언' 민주당 양문석 의원 규탄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렸던 국악 공연을 '기생집'에 빗댄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국악인들이 사죄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14일 국악인들은 국회를 방문해, 양 의원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이날 국민의힘도 성명을 통해 "국악인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저잣거리에서 들을법한 욕설까지 내뱉었다"며 양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 명인, 판소리 보유자 신영희 명창 등 국악인 20여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의원이 사죄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영희 명인은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청와대에서 국악 공연을 관람한 일을 거론하며 "김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저희 공연을 기생들이 노는 자리로 인식하셨겠나. 양 의원같이 저희를 기생 취급은 안 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영희 명창은 "저는 70년 평생을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소리를 해왔다"며 "가야금하고 창 한 번 했다고 어찌 기생 취급을 할 수 있나. 사죄하지 않으면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명인들은 민요를 배우는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명창은 "유치부, 중고등부, 대학, 박사 등 뼈아프게 노력한 후학들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반드시 우리 후학들을 위해 양 의원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양 의원을 비롯해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경태, 김영배 의원 등을 함께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면서 "막말이 지나간 자리에 민생이 짓밟히고, 정쟁이 싹을 틔운다"며 "국리민복을 다짐하는 국정감사장과 선거현장에서 망언이기에, 국민께 더 큰 상처가 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와 무형유산 원로·문하생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 당시 국악인들이 가야금 연주 등 공연을 한 것을 두고 "이분들이 기생인가", "(청와대를) 기생집을 만들어놨다"고 발언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악인 신영희씨(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악인 신영희씨(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국악인 비하 발언' 민주당 양문석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