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진큐러스 대표 "대구경북 파크골프 구단 만드는 것이 목표"

입력 2024-10-13 14:39:34 수정 2024-10-13 18:19:53

꿈 많던 동생, 7년 전 낙상사고로 유명 달리해
누나와 사업 같이 하는 것이 꿈이었던 동생…"동생 삶까지 더해 살기로"
"동생 생각하며 죽기 살기로 파크골프 사업해"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김예진(32) 진큐러스 대표를 만났다. 한소연 기자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김예진(32) 진큐러스 대표를 만났다. 한소연 기자

"팔은 고정하시고요,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굽히세요.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여 공을 치면 됩니다. 골프처럼요."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김예진(32) 진큐러스 대표.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말에 따라 자세와 마음을 가다듬고 채를 휘둘렀다. 결과는 헛스윙. 민망하다. 무릎을 굽히고 자연스럽게 움직여보라는 코칭을 받고 다시 파크골프 채를 휘둘렀다. 공은 성인 걸음으로 두 폭도 못 가서 멈춰버렸다. 골프 공이라기보다 테니스공 크기에 가까운 파크골프 공은 제법 힘 있게 쳤는데도 굴러가지 않았다.

대구경북 파크골프 인프라는 제법 탄탄하다. 약 40개의 파크골프장이 있고 전국 파크골프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대구경북에 모여있다. 김 대표는 2020년에 파크골프 최연소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구경북에서 용품을 유통하는 등 관련 사업을 약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진큐러스 소개를 부탁한다.

▶진큐러스는 2019년에 창업한 회사다. 파크골프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 지도 강습 진행 중이다. 또 파크골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유튜버로서도 활동한다. 파크골프 용품도 유통하고 있는데 파크골프 발상지인 일본에 직접 가서 물건을 수입해 오는 일을 한다.

-파크골프라는 스포츠가 좀 생소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공원에서 하는 골프다. 팀을 꾸려야 하고 갖춰야 할 조건이 많은 골프에 비해 보다 자유롭고 확장성이 있는 서민 스포츠라고 이해하면 된다. 목재로 만들어진 클럽을 사용하고 공도 묵직한 플라스틱류다. 골프에 비해 위험요소가 적어서 다양한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스포츠인데 우리나라는 2004년쯤 복지 차원에서 시·군마다 파크골프 경기장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김예진(32) 진큐러스 대표를 만났다. 한소연 기자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김예진(32) 진큐러스 대표를 만났다. 한소연 기자

-비슷한 나이 또래에 골프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골프보다 배우기도 쉽고 또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팀을 꾸려 움직이는 골프와 달리 그냥 혼자 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도 좋았다. 대체로 50~60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즐긴다. 특히 대구경북은 전국 파크골프 회원의 3분의 1 정도가 몰려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수도권에서 일부러 대구경북을 찾을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파크골프를 하기 좋은 환경인 거다.

-파크골프에 뜻이 있었던 건가.

▶원래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곧잘 해서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과 수석 졸업을 하기도 했다. 화학 관련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는데 부모님께서 약대를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약대 준비를 했다. 사실 딱히 꿈이 없었다.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내 인생을 설계해나가는 스타일이었다.

-과 수석을 하고 약대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파크골프 사업에 뛰어든 게 흥미롭다.

▶2017년 두 살 터울의 친동생이 낙상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사건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꿨다. 꿈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았던 동생은 생전에 항상 날 안타까워했다. 인형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생은 자신이 하고싶은 일들이 많은데 누나와 같이 사업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의욕이 많은 동생이었는데 너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삶에 대한 욕심도 많고 꿈도 많은 동생이었던지라 '동생이 더 살고, 그다지 욕심이 없는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라는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러다 그런 동생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도전적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삶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진 거다. 지금 사업체 이름인 '진큐러스'도 동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넌큐러스라는 꽃을 동생이 선물한 적이 있는데 예진이란 이름의 '진'과 라넌큐러스의 '큐러스'를 더해 만든 거다. 동생이 사업을 함께 하자고 했었는데

김예진 진큐러스 대표. 김예진 대표 제공
김예진 진큐러스 대표. 김예진 대표 제공

-그중 파크골프를 사업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

▶원래는 다른 사업을 하려고 했다. 동생은 사고 이후 중환자실에 있었다. 그곳에서 동생을 살뜰히 살피다가 환자 위생 쪽으로 괜찮은 아이템이 떠올랐다. 간단히 말해 테이블 클리너다. 코로나19 거치면서 지금은 흔해졌는데 2017년~2018년 쯤에는 괜찮은 물건이 없어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19년에 사업 아이템을 도둑맞았다. 생산을 맡긴 업체가 아이템을 홈쇼핑에 팔아버린 거다. 지식재산권으로 등록을 해두긴 해서 법적으로 다퉈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청년 사업가 돕는 정부 사업으로 진행한 창업인지라 골치 아파질 것 같더라. '아이템이 그거밖에 없겠나'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넘어갔다. 그러다 청년 대표 모임에서 파크골프 전망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작했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연령층이 60대 위주라고 들었다. 융화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시장 타깃 자체가 어르신들이다. 서민 스포츠라고 하지만 텃세가 심하다. 경계심이 심하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다. 우선 실력으로 뒤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 2019년에 사업을 하기로 한 후 바로 지도자 자격증부터 따기로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2년을 구장에 살다시피 배우고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그렇게 2년 만인 2020년 취득을 했다. 그때만 해도 최연소 취득자였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파크골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다.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늘 구장에 나오는 젊은 여자애가 있다'는 사실이 어르신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었던 거다. 그때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전국에서 레슨 문의가 들어오게 됐고 진큐러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김 대표가 파크골프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한소연 기자
지난달 23일 수성구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김 대표가 파크골프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한소연 기자

-진큐러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라넌제이 파크골프'도 구독자가 1만 명이 넘는데.

▶파크골프가 간단해 보여도 레슨이 필수다. 골프장처럼 경기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경기하는 인원도 다수다. 그런 상황에서 클럽을 휘두르고 공이 굴러다니는데 거기서 사고가 나면 최소 골절상이다. 전국 각지로 레슨을 나가도 몸이 한 개인지라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 진큐러스는 대구경북에서 활동을 하는데 수도권 쪽으로 쉽게 갈 수도 없다. 대구경북 지역 파크골프 인프라가 좋아서 타지역에서 대구경북으로 직접 오시는 회원분들도 최소 몇백 명은 된다. 그런 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정도인데 성과도 좋아 보인다. 목표가 있다면?

▶회사 이름으로 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파크골프가 곧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선정될 건데 그때를 겨냥하고 있다. 코치, 감독 역할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 지도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한국은 전문 양성 과정이 없어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 꼴이긴 하다.

장기적인 목표는 진큐러스만의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것이다. 접근성이 좋고 27개 홀이 있는 규모가 큰 파크골프장이다. 또 클럽하우스도 있고 식당과 카페가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