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작됐지만…수도권 집값 불씨 여전히 남았다

입력 2024-10-11 14:42:3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이 완화 쪽으로 돌아섰지만, 시중에 돈을 푸는 속도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있기 때문으로, 당장 다음 달 추가 인하 없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11월 연속 인하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를 결정한 직후 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로서 3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분포를 소개했다.

그는 "저(총재·금통위원장)를 제외한 여섯 분 가운데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위원들의 이런 시각이 유지된다면, 다음 달 28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0월에 이어 연속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총재는 위원들이 이처럼 금리 인하에 신중한 배경에 대해 "이번(10월) 0.25%p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미국 대선이나 지정학적 사건들의 영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35조7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5조7천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2021년 7월(9조7천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였던 8월(9조3천억원)보다 38.7% 줄었다.

하지만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천451억원 새로 취급됐다. 8월(3천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천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열풍이 완전히 가라앉았는지, 추세 전환을 확신하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총재도 금융 안정 관련 통계에 대해 "(9월 한 달이) 금융 안정을 확인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3개월 전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후행하는 측면이 있다. 7∼8월 거래의 영향으로 다음 달까지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9월 가계대출, 주택 거래, 집값 추이에 주말까지 닷새에 이른 '추석 연휴 효과'가 반영된 점도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의 추세적 안정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의 '빅 컷'(0.50%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9월 빅컷을 단행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 이상으로 뛰어 기준금리도 5%p 이상 올린 데 비해 우리나라는 물가 상승률이 최고 5% 정도에 그쳐 기준금리도 3%p만 올렸다"며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0.5%p씩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내년 말 2.75% 예상"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한은이 이번 인하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나 0.25%p씩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측대로라면 이날 0.25%p 인하를 포함해 내년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0.75%p(3.50→2.75%) 떨어지는데 그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