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려야 지방 간다" vs "늘려도 안 간다"…의대증원 효과 두고 정부·의료계 격돌

입력 2024-10-10 16:33:12 수정 2024-10-10 20:42:22

10일 서울대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 열려
대통령실 "2천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고령화로 의료 수요 늘어날 것"
서울의대 "의사 늘어나면 의료비 증가…급진적 변화, 부작용 초래"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개혁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까지 참여하는 의·정간 첫 토론회가 열렸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의대 정원 2천명을 늘리기로 했고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의사 증원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반면 의대 교수 측은 의사를 늘려도 지역에는 가지 않는다며 의사 증원으로 의료비 지출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10일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 측에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서울대 측에서는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에서 장 수석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있어 의료 수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다, 의사 면허와 활동까지 관리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어 장래 인구 추계 등을 토대로 정밀하게 의사 수급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참고한 3개의 전문가 연구에서 2035년에는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고 했다"며 "이제 막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앞으로 만성질환 2개 이상을 가진 65세 이상 인구가 매년 50만명씩 늘어나 의사 손길이 더 필요해지고, 의사의 사회·경제적 처우는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여기에 더해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2023년 1월부터 공식화했고,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37차례 협의했다"며 "의료계에 적정 증원 규모를 묻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종합병원협회만 3천명이라는 답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의사 증가로 인한 의료 비용 증가를 문제로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2030년 의료비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6%로, 현재 건강보험료의 1.6배를 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25∼64세 인구의 연간 건강보험 추가 부담액은 2030년에 60만원, 2040년에 136만원, 2050년에 201만원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또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함께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역의료 소멸이 한국의료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지난 10년간 의사 수가 서울에서는 늘었지만, 충남이나 경북 등 지역에서는 늘지 않았기에 증원이 아니라 의사가 필요한 곳에 가게 해 주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장 수석의 발언 도중 객석에서는 "시뮬레이션 해봤느냐", "거짓말이잖아"라는 고함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또 서울대 의대의 대표성을 두고 의사 사회 내부에서의 반발을 인식한 듯 하은진 비대위원은 "의료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도 "단순히 의사 2천명 증원 논의나 형식적인 행사에 들러리를 서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