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 752명, 전체 35.5%…여성부장도 28% 넘어
순환근무로 육아에 어려움 "당장때려치고 싶을때 많다"
여성검사장 5명,전체 10% 불과 "유리천장 존해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검찰청 내에서 여성검사와 마주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조폭,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강력부나 밤샘 수사가 일상인 특수부, 선거사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야 하는 공안부 등 2차장 산하 부서에서는 여검사가 근무하기 쉽지 않았다.
여성검사들은 재판을 진행하는 공판부나 형사부에 주로 배치돼 재판에 참여하거나 여성범죄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검사는 검찰 내 홍일점 같은 존재였다.
여성 인권이 높아지고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가 많아지면서 지난 2016년 대구지검에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가 신설됐다. 검찰은 2011년 서울중앙지검에 여조부를 첫 신설하고 5년 뒤 대구지검과 광주지검에 두 번째로 여조부를 설치했다. 여조부는 여성 대학 폭력에 엄정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구지검 첫 여조부장검사로 여성검사가 부임했고 여조부에는 여검사들이 몰렸다.
그러나 요즘 여성검사가 전체 검사 중 35%를 넘으면서 검찰청 내 여성검사는 낯설지가 않다. 수사가 험한 강력부, 특수부에도 여성검사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여성검사 비율은 지난 2020년 전체검사 2천172명 중 694명으로 31.9%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32.4%, 2022년 33.7%, 2023년 34.7%, 올해 9월말 기준 35.3%로 매년 증가추세다.
여성검사가 많아졌다고 여성검사의 근무여건이 좋아진 건 아니다.
강력부에서 조폭이나 마약수사는 줄어들었지만 특수부 밤샘수사, 공안부 선거수사는 여전히 남자검사들조차 힘에 부친다.
또 검사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순환근무가 원칙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1~2년 만에 번갈아가면서 근무해야 한다. 여성이 육아를 책임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여성검사가 이같은 행태의 순환근무는 쉽지 않다.
비수도권에 근무 중인 한 여성부장검사는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어 다른 검사들보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라며 "그러나 초등학생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을때 마다 당장 때려치고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또 검찰 내에서 여성검사에게 육아휴직은 참 말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은 수년째 검사 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아휴직으로 인한 공석이 생기면 새로운 검사가 채워지는 게 아니고 남은 검사들이 업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격무는 더욱 심해진다.
한 여성검사는 "다른 직종의 일반 공무원은 육아휴직을 공석이 생기면 인사를 통해 대체인력이 투입되지만 검찰의 특성상 충원은 꿈도 못 꾼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육아휴직은 참 동료들에게 미안한 일이 돼버렸다"고 푸념했다.
여성검사에 대한 유리천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검사 수에 비해 부장검사, 검사장 등 간부급 자리에 여성검사의 비율은 아직 낮다.
여성부장검사의 경우 2020년 전체부장검사 중 17.8%를 차지했으며 2021년 20.5%, 2022년 23.7%, 올해(9월말기준) 28.7% 등 5년 만에 10% 포인트 오르긴 했으나 35%를 넘는 여성검사의 비율과 비교하면 여성부장 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구지검의 경우 공공수사부장, 여성아동조사부장, 공판2부장, 상주지청장, 김천지청장 등이 여성 부장검사다. 여기에다 중요경제수사단과 지청에 근무하는 여성부장검사까지 합치면 대구지검에는 모두 10명의 여성부장검사가 근무 중이다.
특히 여성 검사장은 2020년 2명, 2021년 3명, 2022년 4명, 지난해와 올해 각각 5명이 전부다.
전국 검사장이 46명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지검장, 고검장 중 여성을 보기 힘든 이유다. 대구고검장을 지내다 지난 5월 사직한 노정연 고검장은 여성 최초고검장이기도 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명태균씨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창원지검장이 정유미 검사장이다.
전체 검사 중 여성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줄어드는 구조는 여전한 것이다. 이에 조직문화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검찰 고위급일수록 여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며 "고위직에 여성이 없을수록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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