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자제 땐 '저항의 축' 와해…대응 땐 경제·체제 붕괴 위험
하메네이 '답 없다' 현실 노출…전문가 "이란, 제대로 외통수 몰려"
이스라엘의 과감한 군사 행동에 이란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리 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사실상 궤멸했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위기에 내몰고 있다.
이란은 수십년간 이른바 '저항의 축'의 구심 노릇을 해온 맏형이었다. 이런 이란이 이스라엘의 친이란 무장세력 토벌에 곤궁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무차별 폭격하는 이스라엘
중동 정세는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1년 전쟁 끝에 빈사상태에 빠뜨렸다.
헤즈볼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있다. 이달 들어 헤즈볼라의 통신체계를 초토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사일을 숨겨둔 레바논 전역의 무기고를 파괴하고 있다.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었다. 동시에 지휘관급이 최소 20명을 사살했다. 1천700㎞가량 떨어진 예멘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마저 폭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나스랄라를 죽인 뒤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수년간 바꿀 수 있다"며 현재 국면을 기회로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국경에서 탱크를 비롯한 병력을 속속 집결시키면서 지상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 등을 인용, "이스라엘군(IDF)이 지상전에 대비해 레바논과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킴에 따라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헤즈볼라도 재기가 쉽지 않을 만큼 심대한 타격을 받은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란
이란은 상당한 혼란에 빠졌다.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위기에 처하면서 수십년간 역내에 구축해온 군사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나스랄라 피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이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그런 충격 속에 대이스라엘 보복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촉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선을 이란으로까지 옮겨오기 전에 얼른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저항의 축' 구성원들이 당하는 굴욕을 구심점인 이란이 방치하면 네트워크 운용 동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있다.
지상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어막을 구축하지 않을 경우 그간 이란의 뒤를 받쳐 온 대리 세력 전반이 위협받으며 중동에서 이란이 구축한 영향력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건파들은 생각이 다르다. 네타냐후 총리가 내민 미끼를 물어 전쟁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2년 전 반체제시위의 불씨가 완연한 형국에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으면 체제 존립마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음모를 거론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무기를 내려놓으면 우리도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의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해법을 결단할 수 없는 처지로 관측된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9일 성명을 통해 "저항군의 운전대를 잡고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헤즈볼라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응을 떠맡긴 것으로 이를 해석하며 이란이 처한 궁지가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NYT에 "이란이 이스라엘 때문에 지금 제대로 외통수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배킬 국장은 "하메네이의 성명에서 이 순간의 심각성과 조심성이 드러난다"며 "하메네이로서는 지킬 수 없는 것을 아무것도 공언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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