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지상전 초읽기…미국 "제한적 지상전 가능성"

입력 2024-09-29 15:42:06 수정 2024-09-29 17:55:37

이스라엘군, 레바논 국경에 병력 속속 집결
이란 포함 '저항의 축', 나스랄라 사망에 보복 다짐

29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광장에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습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광장에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습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국경에서 탱크를 비롯한 병력을 속속 집결시키면서 지상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후 본격적인 지상전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스라엘, 국경에 병력 결집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 등을 인용, "이스라엘군(IDF)이 지상전에 대비해 레바논과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킴에 따라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여부를 확실히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이스라엘군 피터 러너 대변인은 군이 지상 침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가 나스랄라 사망을 공식 확인한 이후에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는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졌다"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측 모두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만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아직 과업은 끝나지 않았다"며 레바논의 잔존 헤즈볼라 세력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관련해 군 수뇌부 회의를 열고 북부전선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WP는 고도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 병력과 탱크의 행렬이 레바논 국경지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언제든 전투 태세를 갖춘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가 불가피하며, 향후 수일이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가 중동에 미군 배치를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 4만명의 병력을 배치 중이다.

미국은 중동 전쟁에 직접적 개입에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 왔지만 이란이 행동에 나선다면 선택의 여지는 한층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미 나오고 있다.

◆이란, 보복 다짐

이란을 비롯한 무장동맹 '저항의 축'은 일제히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F-15I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했고, 이 과정에서 나스랄라가 사망했다.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과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격화에도 이스라엘과 충돌 시 미국의 개입을 우려해 직접 대응을 꺼리던 이란은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28일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역내 모든 저항군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또한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살해 등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 역내에서 저지른 테러 공격과 계속되는 잔학행위"를 해결해 달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도 나스랄라 사망을 발표하면서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하고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다.

이날 오후엔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중부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영토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매체는 일부 미사일 잔해가 예루살렘 인근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확전 조짐에 서방 국가를 위시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자제하고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스랄라 사살이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며 두둔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 가능성에는 "휴전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3주 휴전안'을 제시한 프랑스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지상작전 등 "추가적 불안정과 지역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예멘, 이라크 등에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