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면전 가능성 배제 않아
이스라엘·헤즈볼라, 서로 미사일·로켓 발사…충돌 격화
레바논 "이스라엘 공습·삐삐 등 폭발로 최소 82명 사망"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앞으로 며칠 동안 양측의 전투가 격화해 전면전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국지전 양상을 보였던 양측 간 공세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가 동시다발로 폭발, 레바논에서 3천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면서 정세는 급변했다.
◆격화되는 공격
지난 17, 18일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의 동시다발 폭발이 발생한 뒤 헤즈볼라가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2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끄는 이브라힘 아킬 등 주요 지휘관들을 제거했다. 헤즈볼라도 앞서 지난 19일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충돌은 21일 계속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포함한 약 290개 표적과 기타 군사 인프라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헤즈볼라 목표물 약 110개를 연쇄적으로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국경을 넘어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감지했다며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수백 대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거센 공격에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미사일 수십기를 이스라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고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로켓 90발을 발사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도시 사페드 인근에는 산불이 났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도시 하이파부터 레바논 국경까지 이르는 지역에 비상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 따라 이 지역 해변은 폐쇄되고 실외 모임은 30명, 실내 모임은 300명 이내로 인원이 각각 제한된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이스라엘의 공격과 삐삐 등 통신장비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82명으로 집계됐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또한 삐삐 폭발 사건으로 인한 부상자 약 2천950명 가운데 777명이 아직 입원 중이고 15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레바논 보건부는 덧붙였다.
◆미국 정부 "자국민 레바논 떠나라"
이처럼 양측 간 교전이 격화되면서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시민들에게 상업적 선택지가 남아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상업용 항공편 이용이 가능하지만 수용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안보 상황이 악화할 경우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출국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 국경, 난민촌 인근 지역에 있는 자국민은 즉시 그곳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계속되는 분쟁이 예측 불가능하고 최근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란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경계하면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헤즈볼라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자지구 휴전협상 타결이 바이든 임기 내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하며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쟁이 양측의 공격으로 피란을 떠난 이스라엘이나 레바논 시민들을 집으로 보내지 못할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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