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장기표 암투병 중 별세…향년 78세

입력 2024-09-22 07:34:28 수정 2024-09-22 11:49:57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연합뉴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연합뉴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 유족 등에 따르면 장 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5분쯤 입원 중이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담낭암 투병 중이던 고인은 발견 당시 4기였으며 입원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945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 원장은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후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

1970년 장 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는 한동안 도봉구 쌍문동 같은 동네에 살며 노동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이 여사를 만나 '서울대 학생장'을 제의하고 실행했고 이후 '전태일 평전'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등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장 원장은 1989년 민중당 창당에 앞장서면서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해 개혁신당, 한국사회민주당,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을 창당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간 수감 생활을 했고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숱한 수감·도망 생활에도 민주화 운동에 따른 보상금을 일절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국민 된 도리, 지식인의 도리로 안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1990년 재야운동 또한 제도권 내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다. 이후 개혁신당, 무지개연합, 새시대개혁당, 민주국민당, 푸른정치연합, 한국사회민주당, 녹색사회민주당을 창당 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5·16대 총선, 2002년 재보궐 선거, 이어 17·19·21대까지 총 7차례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다. 21대 총선에서는 보수정당(미래통합당) 후보로까지 옮겨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세 차례의 대통령 선거도 출마를 선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했으나 결국 제도권 정계로는 진출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서 장 원장은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당혹스럽긴 했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라며 "더욱이 자연의 순환 질서 곧 자연의 이법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 온 사람이기에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전했다.

다만 장 원장은 "그렇다고 해서 어찌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못다 한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없겠느냐"며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축원한다. 다들 건강 챙기셔서 건강한 가운데 하시는 일들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 그간의 모든 성원에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무하 씨와 딸 2명 하원, 보원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조문은 오후 2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