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국내 첨단산업 공급망 영향 ‘촉각'

입력 2024-09-19 18:30:00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한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두 창업주는 1949년 ㈜영풍의 모체인 영풍기업사를 합명회사로 공동 창업했고 이후 1974년 자매회사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대형서점 영풍문고를 소유한 영풍의 주력 사업 분야는 비철금속 제련이다.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를 운영 중이다.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량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난 2022년 불거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회사는 올해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을 두고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고려아연이 지난 45년간 본사로 사용하던 본사를 옮기는 등 물리적으로도 '한 지붕' 관계를 청산했다.

양사 갈등은 이달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극에 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국내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려아연 지분을 약 17%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 한화, LG 등 주요 대기업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육성하는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향후 10년간 신사업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부터 호주 신재생에너지 업체 이퓨론 등을 인수하면서 신산업 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서 계획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호주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최대 경제지인 파이낸셜리뷰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사업에 대한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