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 구미·영천 경부고속도로 직선화와 상생

입력 2024-09-19 13:56:04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대구경북 상생에 시금석이 될 만한 사업이 있다. 그것은 '경부고속도로 구미·영천 구간 직선화 사업'이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구미·영천 구간은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되어있어 총 길이가 77km에 이른다. 이것을 직선화하면 길이는 60km로 줄고 주행 시간도 많이 단축된다.

경북대 의과대학 김상걸 교수는 직선화 사업의 입안자 및 전도사로서 몇 년 동안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혈관 전문의로서 김 교수는 '고속도로는 우리 몸의 대동맥'이라는 비유를 들며 지지모임 동참을 호소했는데 취지가 좋아 필자도 참여했다. 이 모임은 '경부고속도로구미영천구간직선화추진단' 밴드로, 김상걸 단장과 이화율 사무총장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회원 수는 4천700명을 넘겼다.

직선화는 현 고속도로가 구미에서 곡선으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시작된 새 직선도로는 현 고속도로의 북쪽 지점에서 칠곡·대구·경산의 북쪽을 지나 영천을 통과한다. 이렇게 되면 구미·칠곡·대구·경산·영천은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현재의 유료 고속도로 구간은 무료 순환도로가 된다.

순환도로가 된 현 고속도로 주변엔 접근성이 뛰어난 넓은 산업 부지가 확보된다. 이곳에 각 지자체 주력 산업은 더 발전시키고 연관 신산업도 개발할 수 있다. 관련 첨단 산업단지와 연구개발(R&D) 센터들이 들어서면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형성하게 되고 대구경북의 미래를 견인하게 된다.

각 지자체마다 직선화로 얻는 이점이 크다. 구미는 현재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 규모는 키우고, 연구개발 역량은 높이며, 전문 인력 투입은 늘려야 한다. 직선화는 이러한 미래 산업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기반 조성 사업이다.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에서 구미는 자체 역량을 키워 수도권 반도체 완성품 생산 공장과의 협업과 연구개발을 확장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지난 3일 구미를 방문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앞으로 구미를 반도체 산업의 심장으로 만들겠다"고 할 때 이러한 원대한 사업을 염두에 뒀다고 본다.

경부고속도로 준공 당시엔 고속도로가 대구 북쪽을 구불구불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대구 도심의 급격한 팽창으로 현재는 고속도로가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갈라 놓고 있어 도로 주변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이것을 대구 북쪽 팔공산 자락을 통과하는 직선도로로 대체하면 순환도로가 된 현 고속도로 주변에 3억 평방미터(㎡)가 넘는 산업 부지가 생긴다.

이곳에 대구는 기존 산업과 3대 주력 산업인 전기·자율 모빌리티 산업, 기계요소 소재부품,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관련 연구개발 센터들을 유치해서 구미·영천을 잇는 실리콘밸리의 허브(hub), 즉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 소재 대학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항공대, 금오공대와도 긴밀한 연구개발 협업 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새로 조성된 첨단 산업단지에 젊은 인재들이 넘치는 '팔공산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영천시도 현 고속도로의 기능을 새 고속도로가 떠맡게 되므로 현 고속도로 주변에 넓은 산업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곳에 영천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산업, 금속기계, 로봇산업 등을 보다 더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대구·구미와 연계해서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같은 분야에도 더 활기를 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 고속도로가 통과할 칠곡군과 경산시에도 상응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칠곡군은 기존의 왜관산업단지와 논공단지 중심으로, 경산은 자동차 부품과 금속기계 중심으로 구미·대구·영천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산 소재 대학교의 연구개발 역량과 인력은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반석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업은 4차 산업 시대 대구경북 공영(共榮)을 위한 준비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청년 실업과 낮은 출산율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수도권과의 동반 성장을 꾀하는 웅지(雄志)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약 4조원이라는 큰 예산이 소요되므로 대구경북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국회 및 정부 관련 부처에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해야겠다. 대구경북 전(全) 시도민의 지지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