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들의 비혼율 75%…높은 집값과 일자리 부족 때문

입력 2024-09-16 19:08:44

서울 군자역 환승 통로가 직장인 등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군자역 환승 통로가 직장인 등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거주하는 25~39세 청년들의 75%가 배우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혼율을 보인 이 결과는 비싼 집값, 양질의 일자리 부족, 출산·양육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공공기관이 집중된 세종시는 혼인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2년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에 따르면, 서울 거주 25~39세 청년 중 배우자가 있는 청년은 25.0%(53만6,000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최저 비율로, 나머지 75.0%(161만명)는 미혼 상태였다. 반면 세종시는 유혼 청년의 비중이 51.4%(4만1,000명)로 가장 높았다.

서울의 25~39세 인구는 214만7,000명으로 세종시의 8만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분석해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를 포함하는 수도권의 유배우자 비율은 31.7%(173만1,000명)였으며, 비수도권의 비율은 36.1%(155만8,000명)로 4.4%포인트(p) 낮았다.

세종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어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지정된 이후 중앙 부처 이동과 함께 공무원들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 크다. 2022년 기준 중앙행정기관 및 연구기관 수는 63개로, 소속 종사자는 약 2만명에 이른다.

이와 같은 안정적 환경 덕분에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위를 유지했다. 2021년 1.28명, 2022년 1.12명으로 1명을 넘었으나, 지난해에는 0.97명으로 전남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수도권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 부처 이전이 마무리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청년 유입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63명, 2022년 0.59명에서 지난해 0.55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고시촌이 밀집한 관악구는 0.38명에 그쳤다. 서울은 많은 일자리와 풍부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비싼 주거비, 긴 출퇴근 시간,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등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36.4%로 10년 전에 비해 20.1%포인트 감소했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결혼자금 부족(33.7%)이 가장 크게 나타나며, 결혼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17.3%), 출산·양육 부담(11.0%), 고용 상태 불안정(10.2%)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