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개혁, 이제 국회가 사회적 대타협 이끌어야 한다

입력 2024-09-05 05:00:00

정부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하는 한편, 고령화·경제 여건에 따라 수급액을 자동조정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나온 정부 단일 개혁안이다. 1998년 이후 26년째 동결돼 있는 보험료율 9%를 13%로 올린다.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화가 골자다.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p), 40대는 0.5%p, 30대는 0.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방식이다.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더 이상 낮추지 않는다. 도입 당시 70%였던 명목소득대체율은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p 낮아져 2028년까지 40%까지 내릴 예정이었는데 이번 정부안은 현행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안은 기금 수익률도 1% 높인다.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기금 소진(消盡) 시점을 2056년에서 2072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수급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이번에 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국민연금 파탄(破綻)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만큼 시간이 중요하다.

우선 개혁안은 청년층의 기성세대에 대한 부양 부담과 국민연금 불신을 줄이고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差等) 인상 등은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긴 납입 기간과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 젊은 층을 감안해 연령대에 따라 요율을 다르게 적용했는데, 갑작스레 요율이 오르는 50대는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청년 세대는 평생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받는 돈은 적은 데 비해 소득대체율 50%를 웃도는 50대들은 납입 기간의 대부분 9%를 적용받고 받는 돈은 젊은 층보다 많다. 청년 부담과 불신 해소를 위해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인 50, 60대도 걱정이 크다. 게다가 '자동조정장치'(자동안정화장치)까지 도입되면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기대수명 연장, 출산율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연금 적자가 쌓이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제도인데, 보장성 악화라는 점에서 도입까지 난항(難航)이 예상된다.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 불확실한 것도 부담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0%에 육박하는데, 노인 빈곤을 초래하는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개혁은 필수다. 정부안처럼 모수(母數) 개혁이 이뤄지면 수지(收支) 적자는 2054년, 기금 소진은 2072년으로 미뤄진다. 자동조정장치 발동 시기에 따라 기금 소진 시점을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 연금 지속성을 담보(擔保)하려면 더는 개혁을 미룰 수 없다. 앞서 정부에서 개혁의 적기를 놓친 탓에 연금에 대한 불신만 키워 왔다.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한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계속 고용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경제계는 '선별적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세대 간 불평등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연공서열(年功序列)에 따른 임금의 자동 인상도 손대야 한다. 정부가 59세인 의무가입 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고, 이에 맞춰 하반기 중 '계속 고용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인 만큼 노사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모수 개혁안은 지난 번 여야 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는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고 책임감을 갖고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도출해야 하며, 정부와 대통령실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