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에 KBS 1TV가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에 일본 국가(國歌)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면서 한바탕 소동(騷動)이 있었다. 이낙연 전 새로운미래 대표는 이것을 윤석열 정부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엮어 "미친 정권, 미친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주 일본 '고시엔(甲子園·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한국인이 세운 교토국제고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구장에 울려 퍼졌고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大書特筆)했다. "가슴 뭉클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20세기 초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미국인 장교와 일본 여성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주제는 정치와 무관하다. 두 사람의 결혼식 장면에 '기미가요'를 바탕으로 만든 선율이 5초 정도 나오는 데 그저 배경(소품)일 뿐이다. 올해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나비부인' 녹화본을 왜 하필 광복절에 방송했느냐고 분개(憤愾)하는 건 좀 오버라고 본다.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들으라고 방송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가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이를 일본 공영방송 NHK가 일본 전역에 생중계했다. 그것을 본 많은 일본인들이 축하했다. 물론 '한국어 교가를 왜 방송하느냐'고 분개한 찌질이들도 있었다. 그 찌질이들의 반응만 대서특필한 국내 몇몇 언론의 행태는 비열(卑劣)했다. 우리나라 일부 찌질이들의 죽창가 타령을 대서특필해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일본 극우(極右) 행태와 꼭 같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기미가요' 선율에 분개하고,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에 감격(感激)하는 것은 별개 사건이지만 궤적(軌跡)은 같다. 우리의 일본 강박증(强迫症)이라고 할까. 그런 강박 탓에 아이들 그림이나 광고물에서 '원과 햇살 무늬'만 나오면 '욱일기'라고 광분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 타도를 외치고,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형사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강박증이 상상해 낸 허상(虛像)을 향해 칼을 드는 격이다. 자기 상상 속 괴물은 아무리 찔러도 죽지 않는데, 죽지 않으니 '친일 뿌리가 너무 깊다'고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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