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세계는 충격 빠졌다. 도덕성 결여(缺如)에다 온갖 막말로 지탄받는 초강대국 대통령이라니!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그를 '아메리칸 사이코'(American Psycho)에 빗대기까지 했다.
이런 조롱은 1991년에 나온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배층을 극단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자기애성(自己愛性) 인격 장애가 있는 연쇄 살인마 주인공의 우상(偶像)이 바로 트럼프였다.
트럼프의 임기 이후 평가도 박하기만 했다. 지난해 전미정치학회(APSA) 회원 등 전문가 525명에게 역대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을 물은 결과 그는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반면 조 바이든은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했다'는 공로로 무려 14위에 올랐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언론과 정치인의 공세 역시 여전히 거칠다. '거짓말쟁이' '공공의 적'은 점잖은 편이고, '사기꾼' '약장수' '악당' '괴물' '쓰레기' 같은 단어가 난무(亂舞)한다. "역대 대통령이 지닌 최악의 특성을 짜깁기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름 끼치는 표현도 등장했다.
놀라운 것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가 선거전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구원투수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지만, 간선제(間選制)의 특성상 올해도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 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트럼프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돼 출마가 좌절되거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를 벌써 우려하기도 한다. 또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호소해 2021년 의사당 폭력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전(內戰)이란 단어는 이미 미국 정치권의 터부(taboo)가 아니다.
트럼프 지지층이 아니라면 현재 상황을 납득하기가 무척 어렵다. 자질이 없다는 국민 판단에 따라 밀려난 전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을 차지한다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집단 최면에 걸려 지난 악정(惡政)을 다 잊어버렸다는 말인가?
그러나 최악의 지도자에 의한 지배 가능성은 어디에나 있다. 트럼프가 참모에게 말했다는 대로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꾸 말하면 사람들은 믿는다"는 인간의 속성 탓이다. 가치관이 전도(顚倒)된 세력에 의해 시나브로 보편타당성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는 것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시설의 낡은 독도 조형물 교체·보수를 두고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거짓말로 현실감각을 잊게 만들려고만 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말장난이다.
지난 4년간 국회의 정상적 기능을 마비시켰던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다수당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지향적 어젠다를 제시하기는커녕 공동체가 망가지든 말든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는 행태를 보인다. 공공 문제에 대해 선한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그 대가로 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당하게 된다는 플라톤의 경고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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