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차부품→2차전지 소재…20년 동안 지역 주력 품목 변화
지난해에 비해 수출 줄어들어…향후 성장 잠재력 여전히 높아
전문가 "연계된 산업 영역 확대 글로벌 시장 염두 기업 지원을"
대구경북 주력 산업이 바뀌면서 주요 수출품목 순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역을 중심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 섬유에서 車부품·전자·양극재로
대구의 주력 수출 품목은 지난 20년간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21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2003년 대구지역 1·2위 수출품목은 폴리에스터직물(5억8천800만달러)과 기타의직물(1억6천400만달러)이었다. 섬유 관련 수출 규모는 자동차부품(1억6천200만달러)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4위에도 섬유기계(1억2천300만달러)가 이름을 올리며 섬유 업계 전반이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에는 대구의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연간 수출액 11억3천2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선두에 올랐다. 다만, 폴리에스터직물(4억7천100만달러), 편직물(2억1천100만달러)이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2차전지 소재에 해당하는 기타정밀화학원료가 34억3천900만달러 수출액을 기록하며 자동차부품(12억6천400만달러)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폴리에스터직물(3억1천300만달러)은 5위로 밀려났다.
경북 수출품목 상위권 변화를 살펴보면, 2003년 당시 무선전화기(53억3천300만달러)를 비롯해 모니터, 컴퓨터부품, 칼라TV, 무선통신기기부품 등 전자 제품 및 부품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이후 2013년에도 평판디스플레이(82억9천800만달러)를 비롯한 전자 산업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경북 상위 수출 품목 중 무선통신기기부품(57억900만달러)이 1위를 차지했으나, 기타정밀화학원료(37억7천700만달러)가 급부상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장기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지역 주력 수출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신성장 산업이 또다른 기둥이 될 수 있도록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캐즘 이후 성장에 대비 내실 다져야
현재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조정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에 비해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2차전지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향후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터리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나고,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가 이뤄질 경우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2차전지 소재 분야 공급망의 중심인 대구경북 산업계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양산하는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이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으며, 신규 증설을 통해 케파(생산 역량)를 늘리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전구체와 음극재, 리사이클링 등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이 외에도 배터리 장비 기업인 씨아이에스, 피엔티 등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인성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은 "그동안 양극재 중심의 성장을 이어왔다면 이와 연계한 전후방 산업 전반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가 최근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배터리 산업 외에도 미래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 육성에 힘써야할 때"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를 포함한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해외에 라인을 설립하면서 현지 생산은 무역 통계에 반영이 되지 않는 사례도 있어 부정적인 착시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쥐고 있는 광물 공급망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국, 유럽 국가의 정책 시행으로 향후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높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와 대구경북 산업계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신산업은 과거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것과 달리 실증을 통한 안전성 확보, 상용화 기간 단축이 중요해졌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대구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업을 유치, 지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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