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옛 이름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고 확산도 빨라서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風土病)이었던 엠폭스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세계로 번져 갔다. 유럽과 미주(美洲)로의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지난해 5월 비상사태가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발효됐다. 확산이 가장 빠른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인데, 올해만 1만4천여 건 확진에 455명이 숨졌다.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중 최소 16개국에서 발병했고, 전 세계 확산이 우려된다. 현재 확산 중인 엠폭스 1형(클레이드 1)은 2022년 유행했던 2형(클레이드 2)보다 전파력과 치명률(致命率)이 더 높다. 파키스탄과 스웨덴의 확진 사례가 나왔고, 필리핀에서도 19일 확진이 보고됐다. 그러자 프랑스가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하는 등 세계 각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으로도 불렸던 엠폭스는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 한 연구실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름과 달리 원숭이와는 관련이 크게 없고 오히려 설치류(齧齒類)가 전염원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WHO는 2022년 말 이름을 엠폭스로 바꾸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쉽게 전파되는 데 비해 엠폭스는 비교적 장시간의 밀접한 신체 접촉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감염자가 만진 물건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엠폭스 2형은 사망률이 0.1% 정도인 데 비해 1형은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 최대 10%에 이른다. 물론 대부분 국가에선 이보다 훨씬 낮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질병이다.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환자들은 매우 고통을 겪는다. 잠복기 1~2주를 지나면 두통, 발열, 근육통, 피로감을 느끼다가 며칠 뒤 피부 발진(發疹)이 생기고, 물집에 딱지가 생겼다가 떨어져 흉터를 남긴다. 증상에서 알 수 있듯이 엠폭스는 1980년 최종 퇴치(退治)를 선언했던 천연두(다른 말로 두창)와 흡사하다. 같은 바이러스군에 속하는 다른 바이러스다. 천연두 백신은 엠폭스에도 최대 80%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고했다시피 기후 변화와 자연 파괴 탓에 새로운 전염성 질환은 계속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 훨씬 높은 치사율과 전파력을 갖춘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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