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대구경북 혁신기업] 배선봉 산동금속공업 회장

입력 2024-08-14 18:30:00

"한국 첫 유전시추 부품 기업, 해외서 인정"
IMF 시절 직장 관두고 창업…산업의 기초되는 '주물' 선택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 있어
美 석유협회 라이선스 획득…이란 국영 시추社와 계약도

배선봉 산동금속공업 회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998년 회사를 설립한 배 회장은 국내 최초 유전시추 기계부품 생산에 성공했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정우태 기자
배선봉 산동금속공업 회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998년 회사를 설립한 배 회장은 국내 최초 유전시추 기계부품 생산에 성공했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정우태 기자

"위기·변화가 곧 기회였죠."

배선봉 산동금속공업 회장은 1998년 창업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여파로 국내 산업계가 침체기를 맞았던 당시 그는 직장인 생활을 접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들의 만류에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사업

배 회장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 먼저였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사업 아이템이 가장 큰 숙제였는데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주물'을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공장을 인수한 것이 첫 걸음이었다"고 했다.

경기는 다행히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매출도 차츰 올라가기 시작했다. 안전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정을 개선하면서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중공업에 부품을 공급했다. 소재 산업이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정밀가공에 초점을 맞췄다. 또 개별 공정을 통합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렇게 7~8년 정도 일에 몰두하다 보니 수익 기반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왔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중공업이 활황이던 시기였지만 언제든 조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고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시장 조사에 참여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배 회장은 "개별 기업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고 1년에 2~3회 정도 시장조사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러다 석유 유전(油田)개발 사업을 접하게 됐다. 시추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한국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이 부족하진 않았다. 다만 정보가 부족했고 진입장벽이 높아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지만 이미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한국 최초의 유전시추 기계부품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100년 기업 만드는 것이 목표

배 회장은 "고압용 밸브가 핵심인데 투자 대비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 고민도 깊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모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까지 닥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SMI 브랜드를 론칭했고 미국석유협회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후 이란국영시추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이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다"고 했다.

든든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자회사인 SMI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골프카트와 저속전기차, 모터 등 전동화 분야 진출에 나섰다. 코로나19를 맞으면서 사업 다각화에 확신이 더해졌다.

배 회장은 "2020년 팬데믹으로 물류가 중단되면서 모든 공급망이 마비됐다. 수출 매출이 80%였고 창업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차근차근 준비하던 EV 관련 사업에도 속도를 높여야 했다. 저속전기차 역시 잠재적 수요가 높은 제품으로 향후 관련 매출도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 밸류체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2차전지 기술 개발에도 착수해 우리가 개발한 차량에 우리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변화에 대응하는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직원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직장 생활을 할 때 망하는 기업도 많이 봤다. 사업을 하게 되면 직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안정적인 생활과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다들 혁신을 말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겠다. 작지만 강한 기업,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칠곡 왜관에 위치한 산동금속공업 본사. 정우태 기자
칠곡 왜관에 위치한 산동금속공업 본사. 정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