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한 것일 뿐'…장애 딛고 올림픽 나선 선수들 [채정민 기자의 봉주르, 파리]

입력 2024-08-10 08:09:45 수정 2024-08-11 18:36:53

오른팔 없는 알렉산드르, 패럴림픽 탁구도 출전
인도 골퍼 다가르, 미국 배구 스미스는 청각 장애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6일 프랑스의 사우드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한국 여자 대표팀과 겨루는 모습. 연합뉴스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6일 프랑스의 사우드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한국 여자 대표팀과 겨루는 모습. 연합뉴스

올림픽은 신체에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나서는 패럴림픽과 짝을 이뤄 열린다. 이번도 마찬가지.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11일로 끝나면 제17회 패럴림픽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파리에서 펼쳐진다. 패럴림픽이 아니라 올림픽에 나서 장애가 없는 이들과 당당히 겨루는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스포츠 팬들의 눈에 먼저 들어온 선수는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 그는 지난 6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이번 대회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우리 대표팀과 맞섰다. 한국 선수들이 3대1로 승리했으나 많은 박수가 알렉산드르에게 쏟아졌다.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6일 프랑스의 사우드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한국 여자 대표팀과 겨루는 모습. 연합뉴스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6일 프랑스의 사우드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한국 여자 대표팀과 겨루는 모습. 연합뉴스

알렉산드르는 오른팔이 없이 왼손으로만 탁구를 쳤다. 복식조로 나서 신유빈-전지희 조를 상대했고, 4단식 주자로도 나서 끝까지 경기를 펼쳤다. 오른손이 없어 왼손에 든 탁구채로 공을 높이 올린 뒤 서브를 넣었다. 위태로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는 침착했다.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1년도 안돼 오른팔을 잃었다.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10대 때부터 탁구를 시작, 장애인 탁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선 여자 단식과 단체전 동메달,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단식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알렉산드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스스로 경계를 넘었다. 파리 올림픽에 도전했고, 당당히 단체전 주축 선수로 한국 선수들과 맞섰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으나 폴란드의 '한 팔' 탁구 전설 나탈리아 파르티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탁구 선수가 됐다. 그는 곧이어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청각 장애를 가진 인도의 왼손잡이 여성 골퍼 딕샤 다가르가 8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 출전해 티샷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청각 장애를 가진 인도의 왼손잡이 여성 골퍼 딕샤 다가르가 8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 출전해 티샷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도의 딕샤 다가르는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종목에 출전한 선수. 가뜩이나 175㎝의 큰 키에 보기 드문 여성 왼손잡이 골퍼여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장애를 딛고 뛴다는 것이 알려져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가르는 선천성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고, 소리를 증폭해주는 보청기를 끼지만 다른 사람의 입술을 읽어 말을 알아들을 때가 더 많다고 알려졌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6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뒤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인도의 왼손잡이 여성 골퍼 딕샤 다가르가 7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 1라운드에 출전한 모습. 연합뉴스
청각 장애를 가진 인도의 왼손잡이 여성 골퍼 딕샤 다가르가 7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 1라운드에 출전한 모습. 연합뉴스

그는 2021년 세계 청각장애인 올림픽인 브라질 데플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지난 1일 인도 선수단 만찬에 참석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몸에 큰 무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가르는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를 보면서 힘이 난다고 했다. 더 나은 일을 해서 청각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남자 배구 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가 딸 아멜리아를 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남자 배구 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가 딸 아멜리아를 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남자 배구 국가대표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더하면 개인적으로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다. 그는 선천성 청각 장애인으로 코치, 동료들의 말을 들을 수 없다. 대신 그들의 입술 움직임을 읽어 소통한다. 긴박한 순간인 작전 시간 때 스미스가 소리를 지르면 알아들었다는 표시다.

장애를 가졌지만 스미스는 어린 동료들의 모범이 되는 베테랑. 2009년 대표팀에 합류한 뒤 2012 런던 대회, 2016 리우 대회,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파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 번도 나가기 힘든 올림픽 무대인데 장애를 딛고 네 차례나 나섰으니 귀감이 될 만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배구 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가 딸 아멜리아를 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배구 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가 딸 아멜리아를 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변에선 그를 두고 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고들 한다. 스미스는 "저마다 열정의 크기는 다를 수 있다. 다만 마음 속에 목표가 있고, 그걸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