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CR리츠' 대책 재탕…지방은 구색 맞추기용? (종합)

입력 2024-08-08 18:23:24 수정 2024-08-08 19:06:37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정부가 지방 주택건설사업 정상화를 위해 다음 달 기업구조조정리츠(이하 CR리츠)를 출시한다. 또한 기존에 주택을 가진 사람이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수차례 CR리츠 재도입을 예고하고, 연초에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 부담 경감책을 내놓았던 만큼 수도권 위주 8·8 주택대책에 구색 맞추기 용으로 끼워맞춘 '날림 지방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악성 미분양 사들일 CR리츠 재도입

8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CR리츠를 출시하고 연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개시할 수 있도록 심사 소요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CR리츠는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해 미분양 리스크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리츠 운용 기간 임대로 운영되며,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 시점에 자산을 매각해 리츠를 청산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여기에 정부는 CR리츠 수익성을 높이고자 지방 미분양 주택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채무자(리츠)가 모기지 대출을 갚지 않으면 보증기관인 HUG가 자금을 대신 상환하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 4월 국토부가 CR리츠에 대한 업계 수요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약 5천가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리츠의 취득세와 종부세를 지원하는 내용의 세법 시행령을 상반기 개정했고 지난달 26일 HUG의 모기지 보증 관련 내규 개정을 완료했다"며 "다음 달 첫 CR리츠를 설립해 지방 미분양 해소를 적극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PF 보증한도 한시 확대…준공 후 지방 미분양 세 부담 경감

또한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애로가 있는 주택건설사업자를 위해 HUG 미분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한도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분양가의 70%, 초과하는 곳은 60%만 지원해 왔는데 내년 12월까지는 전용면적 구분 없이 최대 70%를 지원한다. 애초 HUG 신용등급 BBB- 이상 3천억원, CC 이상 2천억원이었던 시공사별 최대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도 내년 12월까지 BBB- 이상 5천억원, CC 이상 3천억원으로 확대한다.

1·10 대책 때 나온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세 부담 경감 방안'도 기한을 일부 연장한다. 당시 주택 건설사업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 시 원시취득세를 최대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는데 대상 주택의 준공 시점을 올해 12월에서 내년 12월까지로 확대한 것.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임대계약(2년 이상)을 체결한 취득가액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모두 대상이 된다.

단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취득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을 최초로 구입 시 1가구 1주택 특례(양도세·종부세)를 적용하기로 한 방안은 1·10대책 때도 준공 기준을 내년 12월까지로 책정한 만큼 그대로 유지한다.

◆재탕 대책에 현실성 낮은 방안…실효성 의문 제기 목소리도

하지만 이 같은 지방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당장 PF 보증한도 확대 정책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사들의 신용도와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있어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HUG로부터 보증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사업성 평가를 통과해야 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건을 낮춰줘도 기본적으로 HUG 심사 허들을 넘기가 어렵다"며 "대출 보증한도를 높여줘도 이미 1~2등급씩 신용도가 떨어진 상태라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CR리츠는 정부가 지난 6월 경제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내놓은 '국민소득 증진과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에 담긴 내용의 재탕이다. 이 같은 대책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급자 중심일 뿐 시장의 최종 종착지인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시행사 대표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물량을 얼마나 받아주느냐가 관건이다"면서 "리츠란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 요체이다. 리츠를 통해 미분양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시행사와 시공사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줄 뿐, 해당 부동산을 소화해 줄 소비자 입장에서 유인책은 없는 셈"이라고 했다.